'IMF 개혁' 목소리 커졌지만 실현여부 '글쎄'

출범임박 AIIB 계기로…중국·인도는 "실망·좌절감" 표현도


19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회의에서 주요 '비공식 의제'는 약 5년간 지지부진한 IMF 지배구조의 개혁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한국 등 신흥국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커졌고 IMF 최대 지분국인 미국에서도 '흘려 듣지 않는' 모습이 감지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회의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IMF 개혁 문제에 대한 "미국 대표의 태도가 지금까지는 조금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미국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2010년의 지분구조와 지배구조 개혁방안을 실현할 법적 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최대한 빨리 개혁을 실현할 모든 법적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IMF의 현재 국가별 지분 가운데 미국의 비율은 17.7%로 가장 크지만, 그다음으로는 6.56%(일본), 6.11%(독일) 순서로 이어지는 등 미국의 지분이 독보적으로 크다.

이로 인해 끓어올랐던 중국과 신흥국의 불만은 2010년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IMF 지분구조 개혁안으로 표출됐지만, 선진국 지분 중 6%를 신흥국에 넘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 개혁안은 미국 의회에서 약 5년간 표류하고 있다.

특히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한국 등 57개 창립회원국을 확정하고 출범을 위한 절차를 차곡차곡 진행해 가는 점은 IMF 개혁 목소리를 키운 주요 동력으로 지목됐다.

많은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IMF 지분구조에 대한 불만이 AIIB에 대한 적극적 참여로 이어졌다고 풀이해 왔다.

최 부총리 또한 기자들에게 "AIIB 출범 이후 미국 의회 쪽에서 경각심을 갖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이번 IMF·세계은행 회의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IMF 개혁 문제가 광범위하게 논의됐지만, 본격적인 IMF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이번 회의를 참관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부 신흥국의 IMF 지분율을 높이고 결국 미국의 지분율이 현재보다 낮아지는 내용의 '특별 개혁안'이 IMF 이사회를 통해 제안됐고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공동선언문 초안에까지 반영됐지만 결국 최종 선언문에서는 삭제됐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같은 국가에서는 미국 의회가 IMF 개혁안을 비준할 때까지 미국이 IMF에서 가진 거부권을 정지시키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도나 중국 같은 국가에서는 '좌절감'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아룬 자이틀레이 인도 재무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에서 2010년 (IMF) 개혁안에 합의하고 강하게 지지하고 있음에도 실현되지 못하는데 대해 깊이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MF 개혁 문제에 대한 신흥국의 분위기가 "실망한 정도가 아니라 좌절한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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