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AI '17억 상품권'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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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감사하다 KAI가 무더기로 구매한 거액의 상품권들이 흔적 없이 사라진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KAI는 전투기와 헬기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방산 기업입니다. 2년간 무려 17억 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이 사용 내역도 남기지 않은 채 KAI에서 증발한 것입니다. 17억 원어치 상품권은 어디로 갔을까요?

KAI는 자신들도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는 있지만 감사원은 공군을 주목했습니다. 공군이 아무래도 KAI의 주 고객이기 때문에 KAI가 상품권으로 로비를 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로비에 썼다면 증빙서류는 KAI에 남아 있을 수 없지요.

아니다 다를까 공군은 최근

"상품권을 받아 쓴 장성들이 있다"

고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KAI는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고 우기고 있고 감사원은 감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때가 됐는데도 감감무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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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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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의 사라진 17억 상품권

KAI는 작년과 재작년 52억 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사들였습니다. 감사원이 많은 상품권을 어디에다 썼냐고 추궁하자 KAI는 “명절 때마다 직원들에게 22만 5천 원어치 씩 나눠줬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원은 증빙 서류를 요구했고 KAI는 당연히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35억 원어치 뿐이었습니다. 17억 원이 비었습니다.

감사원은 재차 증빙 서류를 요구했지만 KAI는 감사가 시작된 지 석 달이 다 되도록 아무 것도 못 내놓고 있습니다. 연 매출 2조~3조 원대 국내 최대 방산기업이 십 수년 전도 아닌 작년과 재작년에, 한 두 푼도 아닌 무려 17억 원어치 상품권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못 댄다?

KAI의 핵심 관계자는

“안에서 쓴 흔적이 없으면 밖에서 로비에 썼을 것”

이라고 감사원이 몰아부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당연합니다. 로비에 썼을 것으로 볼 근거가 충분합니다.

다급해진 KAI는 유명 법무법인에 큰 돈 들여 자문을 구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는 없었나 봅니다. KAI 관계자는 기자에게 "17억 원 증빙서류가 없어서 답답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후사정을 진정 몰라서 답답하다는 말을 했을까요? 그럴 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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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군 입 열다

그러던 와중 공군의 핵심 인사가 기자에게 털어놨습니다.

"공군(장성들)이 KAI로부터 상품권을 안 받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받은 거라 누가 받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누가 받았는지를 모르면서 받은 사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누가 KAI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썼는지 알고 있으니까 받았다고 말을 했을 것입니다.

공군의 어떤 관계자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000 장군이 명절 때 인사치레로 상품권 몇 백만 원 받은 게 큰 일을 도모할 때 문제가 될까? KAI가 비리 무기를 만든 것도 아닌데..."

큰 일 도모는커녕 지금 자리에서 당장 내려와야 할 짓입니다. 어쨌든 공군은 KAI로부터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감사원은 위의 내용보다 몇 배 더 내밀한 사실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느 장성이 얼마를 받았는지도 정확히 알 겁니다. 그런데도 기회 있을 때마다

"KAI의 상품권은 들여다 보고 있지 않다"

고 공식 자료까지 내놓으면서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잡으라는 방산 비리를 감싸는 모양새입니다.

KAI 감사가 마무리 됐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는데도 발표할 낌새는 안 보입니다. 노파심에 부탁드리건대 감사했으면 있는 그대로 발표하고 감사 결과를 검찰에 넘겨주기 바랍니다. 감사 결과 발표, 기다리겠습니다.

▶ [취재파일] 좌충우돌 KAI 상품권 로비 의혹…곤혹스런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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