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AIIB 성공에 자극받아 TPP 협상 서둘 듯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성사를 서둘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AIIB가 57개 창립회원국을 확보함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무게 중심으로 남아야 하는 미국과 일본에게는 TPP의 조기 출범이 사활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협상 대표들은 15일 도쿄에서 실무협의를 열어 양허 범위에 대한 조정을 시도했다.

실무협의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으면 장관급 회담을 통해 정치적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TPP는 미국이 지난 2009년 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 호주와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가세했다.

TPP 참가 희망국은 그러나 이미 몇차례의 협상 타결 시한을 놓친 상태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의 다카기 세이치로 연구원은 독일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AIIB 참여를 거부한 미국과 일본을 뒤따르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외교가 실패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런 실패한 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인상을 겼다"고 꼬집었다.

다가키 연구원은 반면에 긍정적 측면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AIIB의 성공은 "TPP협상에 가속을 낼 동력을 만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이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기로 합의한 것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최근 몇주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TTP야말로 아시아의 균형 회복을 위한 중심축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런 한편으로 AIIB의 투명성과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거듭하고 잇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8일 도쿄에서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군사 문제가 아닌 TPP를 거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터 장관은 그 이틀전에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TPP협상이 "내게는 항공모함을 한 척 더 건조하는 것 만큼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요인들도 TPP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TPP가 경제적으로는 물론 안보.전략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본 집권자민당의 외교통인 이시카와 아키마사 의원은 AIIB가 급진전을 보임에 따라 일본과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PP의 신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TPP를 서두른다면 대척적인 중심축으로서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TPP 실무협의를 위해 도쿄를 방문한 웬디 커틀러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대행은 지난달 30일 양국의 협상이 최종 국면에 들어와 있다고 평가했다.

미일 양국 협상대표들의 과제는 부문별 양허 범위에 대한 자국내의 반발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TPP 참여 의사를 발힌 다른 10개국을 끌어들여 TPP 회원국수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미국 외교협회의 세일라 스미스 선임 연구원은 아시아의 복잡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TPP는 미국의 지도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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