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프란치스코 교황 의견 대립 '아르메니아 인종학살'?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100주년(24일)인 아르메니아인 대량 학살을 '인종학살'로 규정하자 이에 연루된 터키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 아르메니아 학살은 '잔혹 행위'라고만 얘기해 사실상 인종학살임을 부인하면서 논란이 가열됐습니다.

100년전 아르메니아에서 일어났던 참상이 무엇인지 문답으로 정리했습니다.

▲인종학살은 무엇을 말하는가?

인종학살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인종적, 정치적, 문화적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을 절멸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살해하는 것을 일컫는다. 영어로는 'genocide'로 그리스 어원인 'geno'(인종, 종족)와 라틴어 '-cide'(살해)가 합성돼 만들어졌다. 당초 폴란드계 유대인 변호사인 라파엘 렘킨이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을 지칭할 때 썼다. 아르메니아 학살은 20세기 최초의 인종학살로 꼽히며 가까이는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 학살을 예로 든다.

▲이슈가 된 아르메니아 학살의 '역사적 진실'은?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붕괴하기 시작한 오스만 제국(터키의 전신)에 대한 게릴라 활동을 벌이던 아르메니아인들이 오스만 제국을 침공한 러시아 군대에 가담했다. 그러자 오스만 제국은 1915년 4월24일부터 아르메니아인 18~50세 남자들을 강제징집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군사훈련과 공사현장에 강제동원돼 집단 사살되거나 질병, 기아 등으로 숨졌다. 부녀자와 노약자도 사막으로 추방돼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당시 희생자를 약 150만 명으로 보며 나머지 생존자 50만 명은 러시아, 미국 등으로 흩어져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교포사회)를 형성했다.

▲터키는 왜 '인종학살'에 거부감을 보이나?

터키 정부도 그 기간 잔혹행위가 벌어졌다는 점까지는 인정한다. 그러나 전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사건으로 희생자도 훨씬 적은 30만 명 정도라면서 굳이 사과하거나 책임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학살 99주년' 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터키 총리가 희생자와 유가족에 애도를 표하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

▲아르메니아 학살을 인정하는 나라들은?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스, 폴란드 등 22개국이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아 학살을 인종학살로 인정한다. 유럽 인권감시기구인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와 유럽의회도 인정하며 스위스, 폴란드 등은 이를 부인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우리 정부의 입장은?

연이은 미국 행정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이자 중동에서 차지하는 터키의 위상을 감안해 이 문제를 회피하면서 도리어 인종학살을 인정할 경우 아직도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터키와 이웃 아르메니아의 화해에 방해가 된다는 입장을 폈다. 다만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2007년과 2010년 각각 인종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상원 외교위도 작년 터키가 인종학살을 인정하는 것을 토대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터키와 아르메니아 관계 개선에 힘쓸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유세 당시에는 인종학살이라는 말을 썼으나 이후 입장을 누그러뜨려 '참혹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정부도 터키가 한국전쟁에 참가한 우방이라는 점을 감안해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터키 책임을 공식 인정하지는 않은 채 '양국간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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