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반군 유혈 사태' 총선용 음모론 제기


터키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터키군 간 유혈 충돌은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기획한 선동이라는 음모론이 나왔다고 터키 일간지 자만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군은 지난 11일 동부 아으르 주에서 PKK 조직원들이 식목 행사를 하던 군인들을 공격함에 따라 공격용 헬기를 동원한 반격으로 PKK 조직원 5명을 사살했으며 군인 4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터키 이스메트 이을마즈 국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PKK의 공격은 정부의 PKK 평화안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총선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득표율을 낮추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을마즈 장관은 오는 6월 7일 실시할 총선을 앞두고 이런 PKK의 도발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PKK와 2013년 3월 휴전에 합의해 PKK가 터키에서 철수하기로 했으며 지난 3월에도 종신형을 복역 중인 압둘라 외잘란 PKK 지도자가 옥중 서신을 통해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반면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아으르 유혈사태는 인민민주당의 원내 진출을 막으려고 정부가 기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인민민주당 대표는 전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그들은 아으르의 충돌 현장에 군인 15명을 남겨뒀고 이들 중 8명이 부상했다. 그들은 충돌 현장에서 부상병들을 놔두고 철수했다. 왜 그랬느냐면 군인들이 거기서 죽어야만 정의개발당 득표가 올라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데미르타시 대표는 "실제로 일어난 일은 뭐냐면 일부 인민민주당 당직자들이 충돌 현장에 가서 부상병들을 구출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우리 당직자들이 거기에 가서 부상병들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라며 "우리 친구들이 군인들의 죽음을 막으려고 현장에 갔을 때 터키군은 헬기에서 사격했고 우리 지부 대표가 숨졌지만 이 사실은 다르게 알려졌다. 그들은 인민민주당을 깎아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쿠르드계 정당인 민주지방당(BDP) 에미네 아이나 대표도 전날 군인 15명이 터키군에 의해 의도적으로 아으르에 갇혔음을 보여주는 영상을 공유할 것이라며 정부는 그 군인들이 거기에서 죽기를 원했지만 쿠르드인들과 인민민주당 당직자들이 구해냈다고 밝혔다.

인민민주당은 쿠르드계 정당으로서 처음으로 이번 총선에 후보를 냈다.

과거 쿠르드계 정당은 원내 진출을 위한 정당 득표율(10%)을 확보하기 어려워 무소속으로 출마하고서 당선자들이 정당에 가입하는 편법을 썼다.

인민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예상 득표율이 10%를 넘겨 전체 550석 가운데 60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만약 인민민주당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사표로 처리되고 1위가 예상되는 정의개발당은 추가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정의개발당을 창당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투표 없이 의회에서 대통령제 개헌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정의개발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독립적 성향의 일간 줌후리예트도 이날 '푸아트 아브니'란 가명으로 정부의 비밀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폭로한 트위터 이용자가 아으르 유혈사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푸아트 아브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인민민주당의 득표율이 10%를 넘을 것을 두려워해 국가정보국(MIT) 국장과 전 내무장관에 이번 사건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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