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축구협회 "팬 난동 안 부리게 돈 줬다"

"잇단 축구장 난동으로 문명사회인지 의심받아"


몬테네그로 축구협회가 극성 팬에게 난동을 부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며 돈을 줬다고 13일(현지시간) 털어놨다.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들은 '문화 체육 차원의 스포츠로 축구는 끝났다'는 제목으로 이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발단은 지난달 27일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지역 예선에서 몬테네그로와 러시아 간 경기가 벌어졌을 때 관중이 폭죽을 던져 러시아 골키퍼가 부상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독일 심판은 관중석에서 라이터와 동전, 심지어 칼까지 계속 날아들자 경기를 중단했다.

유럽축구연맹은 몬테네그로에 몰수패를 선언하고 5만 유로의 벌금과 다음 홈 경기를 무관중 경기를 치르도록 처벌했다.

몬테네그로 1부리그 축구협회의 조란 레마지치는 최근 내놓은 공개서한에서 "일부 소규모 축구팬 클럽에 난동과 혐오 구호를 자제하고, 선수를 모욕하지 말라고 수년간 재정 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올림픽 위원회도 "축구팬이라고 볼 수 없는 자칭 팬들에게 스포츠가 볼모로 잡혔다"고 개탄했다.

축구장 난동은 몬테네그로뿐만 아니라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발칸 국가에 만연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유로 2016 예선인 세르비아-알바니아 경기에서도 난동이 발생, 알바니아가 몰수패 했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크로아티아 관중이 폭죽을 경기장에 던져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8만 유로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민족주의적 구호가 축구장에서 극성을 부리는 것은 다민족 국가였던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하면서 성립한 민족국가의 전통이 미숙한 탓이라고 발칸 전문 매체인 발칸 인사이트는 분석했다.

특히 1990년대 발칸 내전 중 '인종학살'을 주도한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축구 팬클럽을 통해 민병대원을 모집한 게 대표적 사례라고 발칸 인사이트는 지적했다.

몬테네그로 축구협회는 유로 2012와 2014 월드컵 예선전에서 관중 난동으로 모두 12만 유로의 벌금을 물었다.

몬테네그로 축구협회 모미르 주르제바치 사무총장은 "팬의 난동이 끊이지 않아 몬테네그로가 과연 스포츠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문명국가인지 의심받는 것은 커다란 국가적 손실"이라고 개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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