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노히트노런' 프로스포츠 용병 전성 시대

야구·농구는 미국, 축구는 브라질, 배구는 쿠바 출신 다수


'쿠바 특급'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레오), '거포' 타이론 우즈, '골잡이' 샤샤 드라쿨리치, '파워센터' 조니 맥도웰….

한국에서 맹활약 한 외국인 선수로, '용병'으로 통하는 이들은 이제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다.

이들은 '전력 구성의 절반'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프로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를 막론하고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기 때문이다.

용병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져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나오긴 하지만, 이들의 존재가 경기력을 배가시킨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두산 베어스 유니스키 마야는 지난 9일 국내 프로야구 통산 12번째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는 사이클링 히트를 터뜨렸다.

'쿠바 특급' 레오는 2014-2015 프로배구 정규리그 남자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프로농구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모비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는 구단 입장에서는 핵심 전력이자, 히든카드다. 어떤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 프로축구 36명 최다…브라질 대부분, 야구·농구 '미국'

종목마다 용병을 둘 수 있는 인원은 제한돼 있다. 

프로축구는 구단마다 3명을 원칙으로 하며, 아시아 쿼터(1명)까지 합치면 최고 4명까지 둘 수 있다.

올해 등록된 프로축구의 외국인 선수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만 36명에 달한다. 이는 프로야구의 31명보다도 많다.

12개 전 구단이 2명에서 많게는 4명의 용병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축구 명가'인 브라질 출신이 대부분이다.

전체 36명 중 24명이 브라질 국적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1명), 콜롬비아(1명), 스페인(1명) 등 축구 강국 출신도 있다.

프로야구는 올해 31명의 외국인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됐다. 9개 구단은 3명씩, 신생팀 케이티 위즈는 4명을 보유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투수 난을 대변하듯 모든 구단이 투수 2명(케이티는 3명)에 외국인 선수 쿼터를 썼고, 외국인 타자 1명씩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31명 중에는 '야구 종가' 미국 국적 선수가 24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도 4명에 달한다.

프로배구는 팀당 외국인 선수 1명씩을 뽑아 출전시킬 수 있다. 그래서 2014-15시즌은 남자부 7명, 여자부 6명 등 총 13명이었다.

남자의 경우 '용병' 7명 중 4명이 쿠바 출신이었다. 삼성화재 레오, OK저축은행 시몬 등은 모두 쿠바 출신이다. 호주·그리스·콜롬비아가 1명씩이다.

여자부는 6명 중 미국 출신이 2명인 것을 제외하면 캐나다·호주·브라질·아제르바이잔 등 다양하다.

프로농구는 남녀 모두 외국인 선수를 2명씩 보유할 수 있고, 경기 출전은 1명으로 제한된다. 2014-15시즌의 경우 남자부는 총 20명, 여자부는 총 11명이었다.

다음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제도가 변경돼 10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 2명씩 보유하는 것은 이번 시즌과 같지만, 2, 4쿼터에 2명을 동시에 기용할 수 있게 된다.

농구는 미국에서 트라이아웃을 통해 데려오는데 미국 국적 선수가 대부분이다.

◇ 연봉은 초특급…10억원 이상도 다수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지만, 객관적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기 때문에 특급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로야구의 경우 외국인 선수 연봉은 대부분 60만달러(6억6천만원)에서 150만 달러(16억5천만원) 범위에 있다.

올해 두산 니퍼트의 연봉은 150만 달러에 달하고, NC 에릭 테임즈와 찰리 쉬렉도 100만 달러에 이른다.

니퍼트 연봉은 국내 최고인 김태균의 15억원보다 많다.

프로축구의 지난해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자는 FC서울의 몰리나로 13억2천400만원이었다.

전북 레오나르도와 성남 제파로프도 각각 11억8천500만원과 11억1천600만원을 받아 10억원을 웃돌았다.

이는 국내 축구 선수 최고 연봉 1~3위였던 전북 이동국(11억1천400만원), 울산 김신욱(10억7천만원), 수원 김두현(8억3천200만원)보다 높다.

프로배구는 현재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이 28만 달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2012-2013시즌 LIG손해보험이 영입한 까메호의 연봉이 100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2013-2014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뛴 리베르만 아가메즈의 연봉은 130만달러로 알려져 있다.

용병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한국배구연맹(KOVO)는 여자부는 다음 시즌부터, 남자부는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다음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는 여자부의 경우 최고 연봉은 15만달러로 제한된다.

프로농구는 2014-2015시즌의 경우 드래프트 1라운드에 선발된 선수는 월봉 3만5천달러, 2라운드에 선발된 선수는 월봉 2만5천달러에 계약하도록 돼 있다.

다음 시즌부터는 1라운드 월봉 3만 달러, 2라운드는 2만 달러로 조정된다.

그러나 올해까지 세금을 선수가 부담하던 것에서 다음 시즌부터 구단이 세금을 대신 내주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월봉이 올라간다.

KBL 설명에 따르면 세금 본인 부담 기준으로 볼 때 1라운드 월봉이 3만8천 달러 수준으로 올라간다.

연봉으로 치면 4만5천 달러, 약 5억원 수준이다.

◇ MVP는 기본…전력 절반 역할 '기록 제조기'

용병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력으로 퇴출되기도 하지만, 우수한 경기력으로 그동안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제 몸값'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프로야구 두산 마야는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마야에 앞서 지난해 6월에는 NC 찰리가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는 2000년 송진우를 마지막으로 15년간 노히트 노런이 없었지만, 이들 외국인 선수가 두 차례 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1998년 당시 두산 타이론 우즈는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2007년에는 두산 리오스가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삼성 나바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MVP를 받았다.

프로축구는 2000년 이후 외국인선수 3명이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2004년 수원 나드손, 2007년 포항 따바레즈, 2012년 서울 데얀이 그들이다.

2000년 이후 외국인 선수가 득점왕을 무려 9번을 차지했고, 데얀은 2011년부터 3년간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역할은 더욱 크다.

2005년 이후 외국인 선수가 무려 8번의 MVP를 받는 등 최우수 선수는 용병들의 몫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쿠바 특급' 레오는 2014-2015시즌 정규리그 남자부 MVP로 선정되면서 남자 프로배구 사상 첫 세 시즌 연속 MVP를 받았다.

레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무려 1천282득점을 올려 프로배구 역대 한 시즌 최고 득점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선수의 약 두 배에 달한다.

OK저축은행의 시몬(1천43점) 역시 1천점이 넘는 득점을 올리며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농구는 외국인 선수가 MVP를 수상한 적은 없지만, 국내 선수를 능가하는 파워와 신장으로 매 경기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 매너없는 플레이로 징계·퇴출도 부지기수 외국인 선수들은 실력에 대한 기대를 안고 많은 연봉을 받으며 한국에 오지만, 잘 적응하지 못해 막상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성적 못지않게 비신사적인 플레이나 매너없는 행동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징계나 방출되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프로야구의 경우 지난해 NC 찰리가 주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심한 욕설과 폭언을 쏟아 퇴장당했고, 제재금 200만원과 봉사활동 처분을 받았다.

또 지난해 그라운드에서 공개적으로 감독을 향해 불만을 표현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6)이 결국 짐을 쌌다.

2009년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선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와 2010년 KIA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는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 판정을 받기도 했다.

프로축구에서는 포항 모리츠가 경기 중 상대 선수를 가격하는 행동을 해 상벌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프로농구에서는 유난히 용병들의 일탈 행동이 많았다.

LG 데이본 제퍼슨은 얼마 전 애국가 때 스트레칭을 해 한국을 무시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구단에서 퇴출 징계를 받았다.

2006-2007시즌 LG에서 뛰던 퍼비스 파스코는 당시 부산 KTF(현 부산 케이티)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까지 밀어 넘어뜨리며 최초로 제명된 불명예를 남겼다.

2008-2009시즌에는 디앤젤로 콜린스, 테렌스 섀넌(이상 SK), 캘빈 워너(KT&G)가 줄줄이 대마초를 흡입했다는 사실이 적발되면서 철퇴를 맞았다.

2009년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서울 삼성에 지명받은 브라이언 매튜스는 2007년 호주리그에서 뛸 때 성폭행을 저질러 복역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참가했다가 전력이 드러나면서 시즌 전 영구 제명됐다.

2010년 상대 선수와 시비를 벌이는 등 비신사적 태도로 자주 물의를 일으킨 아이반 존슨(KCC)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심판에게 손가락 욕을 해 제재금 500만원과 함께 영구 제명 조치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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