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도 못 끼운 자원외교 비리 수사 차질 불가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검찰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자원외교 관련 비리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됩니다.

자원개발사업에 집중 투자한 경남기업 내부의 사기·횡령·분식회계 혐의를 발판 삼아 광물자원공사 등 자원외교 의혹의 중심에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비리 혐의로 수사망을 넓힌다는 게 검찰의 복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밑그림은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첫 단계부터 흐트러졌고, 검찰은 수사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달 6일 성 전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본격수사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의 자살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검찰은 우선 성 전 회장의 800억 원 사기대출, 회삿돈 250억 원 횡령, 9천500억 원 상당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리할 전망입니다.

나아가 경남기업이 2010년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서 철수할 당시 광물자원공사가 지분을 고가에 사줬다는 의혹, 이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김신종(65) 당시 광물자원공사 사장과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접거나 적어도 속도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금융권과 금융감독당국에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은 이미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의 편의를 봐달라며 채권단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담긴 감사자료를 감사원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검찰은 김 전 사장과 금융당국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수사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검찰이 애초 경남기업과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을 자원외교 비리 수사의 첫 타깃으로 삼은 데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에서 김 전 사장의 역할에 대한 의심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광물자원공사 사장으로 부임했스니다.

이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해외순방에 10차례 넘게 동행하며 전 정권 자원외교의 '공신'으로 꼽힌 만큼 관련 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물입니다.

검찰은 이미 광물자원공사의 내부 감사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분석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가 심리적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일어난 만큼 자원외교 비리 수사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인수 등 이미 고발이 접수된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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