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로 '공천개혁' 밀어붙인 김무성…당내 반발 여전


새누리당이 오늘(9일) 의원총회에서 20대 총선부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키로 전격 결정한 것은 그동안 당 대표나 유력 정치인이 전횡해 온 공천권을 포기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새누리당은 오전 본회의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1시간 만에 새누리당 단독으로라도 다음 총선부터 오픈프라이머리를 시행하는 안건을 추인했습니다.

지난 2일에도 같은 안건으로 의원총회가 열렸으나 18명가량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데다 의총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이 많지 않아 결론에 이르지 못했지만, 불과 1주일 만에 다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표결 대신 참석 의원들의 박수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결정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작년 7월 전당대회 출마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무성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본인이 19대 총선에서 '공천학살' 피해를 봤던 일화를 사석에서 자주 언급할 정도로 피해의식이 있는 김 대표는 기회가 날 때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겠다"며 전략공천을 없애고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해왔습니다.

김 대표가 임명한 김문수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야당이 국민공천제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반드시 국민공천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당내에선 아직도 여전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 간 계파 갈등도 결국 당 지도부의 '공천 전횡'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있어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이같은 부작용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정당민주주의의 시작은 공천권 행사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으로 야당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기로 뜻을 같이했다"며 "나는 당 대표가 돼 '당권'의 '권력 권'자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게 된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는 상대당 지지자가 경쟁력이 약한 후보가 선출되도록 투표하는 '역선택'의 문제가 심각한 데다 '돈선거', '동원선거'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의 권한과 정당의 기능이 약화되는 부작용도 우려돼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번 의총에서도 18명의 의원들이 이같은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했고, 오늘 의총에서도 10여 명의 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표했습니다.

내년 총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선수, 지역구 및 비례대표 여부에 따라 의원들의 셈법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중진 의원들은 본인들에게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찬성 의견이 높지만, 초·재선 의원이나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제도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야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공직선거법 개정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이 의총에서 추인하긴 했지만, 20대 총선에서 단독으로라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다는 방침은 다시 뒤집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단독 추진 가능성에 대해 "국민공천제도가 정개특위에서 같이 하기로 합의가 안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며 "당헌·당규 변경은 당장은 못 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의총 과정을 놓고 의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당내 후폭풍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본회의 직후 오전 11시에 시작된 의총은 시간에 쫓겨 이인제 김을동 권성동 등 10여 명의 의원들이 앉은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피력한 뒤 불과 1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김 대표가 의원들의 발언 후 "알았다, (이대로) 가자"라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순식간에 표결 대신 박수로 추인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완벽하게 훼손한 의총이었다. 시간이 너무 짧아 앞에 나가 이야기할 새도 없었고 김 대표가 결론을 밀어붙였다"며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에게 어떤 의원이 '태클'을 걸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게 날치기이지 뭐가 날치기냐. 반대 토론을 하려고 하면 '앉아라, 됐다, 그만해라' 이런 식으로 막았다"면서 "전략공천은 없애기로 하면서 여성 공천 비율을 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 "야당이 안 받을 것 같으니까 장사 차원에서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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