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반성…'브라질 월드컵 플랜B 없었다'


'상대팀이 바뀌어도 전술이 똑같았다' '경기 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대비가 부족했다' '이구아수 베이스캠프 선정도 의문이다' '기술위원회는 제 역할을 못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9일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출전 백서'를 펴냈다.

협회가 최초로 발행한 월드컵 참가 평가서다.

이 책에는 지난 월드컵에서 겪은 처참한 실패를 교훈으로 삼기 위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담겨 있다.

백서는 홍명보호의 전술적인 유연성이 크게 떨어졌던 점이 실패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차례로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4-2-3-1 전술을 고집했다.

서로 다른 전술을 구사하는 상대팀을 상대로 언제나 같은 전형만을 들고 나왔다.

교체 카드를 쓸 때에도 기존 전술에 변화를 주지는 않았고 지친 선수를 그와 성향이 비슷한 선수로 대체했다.

최전방 공격수의 움직임이 중요한 4-2-3-1 전술이었으나 박주영(FC서울) 외의 대안은 만들지 못한 채 본선에 돌입했다.

백서는 "유연하지 못한 전술과 다양한 경기상황 대응 전략 매뉴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체력이 약했던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득점당 팀 전체 스프린트 횟수, 고강도 활동거리 등이 다른 팀에 비해 부족했다.

백서는 "선수들 간 서로 다른 체력을 효율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이 부족했고 평가전의 횟수도 적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베이스캠프 선정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브라질 남부의 포스두이구아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한국은 브라질에 입성하기 전 미국 마이애미의 더운 날씨 속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마지막 담금질을 한 이구아수 캠프는 늦가을 날씨였고 러시아와의 1차전이 열린 쿠이아바는 30도를 넘나들었다.

온탕과 냉탕, 다시 온탕을 오간 것이다.

이동 거리도 한국은 5천152㎞로 H조 4개국 가운데 가장 길었다.

백서에는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낸 이 같은 문제점들이 가감없이 담겼다.

문제점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5개월에 걸쳐 선수는 물론 스태프, 협회 임원, 언론인 등 47명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백서 제작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 스포츠 컨설팅 업체에 맡겼다.

협회는 "개선사항을 이미 실무에 반영해 이후 2015 호주 아시안컵 등 국제대회 참가시 대표팀 운영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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