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2017년, 신경제론으로 승부'…"새정치가 새경제"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새 정치가 새 경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경제민주연합이기도 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에서 연설 분량의 80%를 '새 경제(New Economy)론'에 할애하며 '유능한 경제정당' 노선을 부각시켰다.

데뷔전을 위해 밤샘 수정작업까지 감수한 문 대표는 연설문 시작과 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로 채워 당의 뿌리와 적통성을 강조했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공정경제론'도 끌어안았다.

◇ '새경제론' 역설…경제 100회·성장 43회 발언 = 문 대표의 연설은 '새경제로의 기조전환'을 시작으로 온통 경제 얘기로 가득찼다.

연설문에서 경제라는 단어는 100번이나 등장하며, 소득 56회, 성장 43회, 대기업은 31회 등장했다.

반면 정치는 14회, 통일은 1회, 전통적인 야당의 의제인 '복지' 단어도 8차례에 그쳤다.

문 대표는 "국민들은 새누리당이 경제를 더 잘할 거라 했지만, 정부는 기대를 저버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 월등히 좋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의 경제는 경제성장의 성과를 일부가 독차지하는 것이지만, 새정치연합은 모두가 나눠야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특히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제시하며 "고래는 큰 바다에서 놀고, 작은 민물고기는 시냇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경제 방법론으로 "더 벌어 더 소비하고 더 성장하는 전략"인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임금인상과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베이비부머 세대 자영업자 대책, 국민의 생활비 감소, 공정한 조세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이 성장에 무능하다는 편견은 깨졌고, 정권을 안심하고 맡겨도 된다는 신뢰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으며,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대한민국이라는 한가족"이라며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진정한 대한민국의 영광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권경제 끝내겠다"…安 공정경제론 '커닝' = 연설의 처음과 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으로 장식됐다.

문 대표는 1971년 김 전 대통령의 장충당공원 연설 중 "특정재벌과 결탁해 면세해준 세금만 1천200억원"이라는 말을 인용해 서두를 열며, 김 전 대통령의 인식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대중경제론의 핵심 기조인 "특권경제를 끝내겠습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문 대표가 야당의 뿌리와 적통성을 강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설문에서 김 전 대통령은 5번 나오고, 오히려 문 대표의 '동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1번만 등장한다.

문 대표가 직접 지시힌 것으로, 호남 포용 의지가 반영됐다는 추측도 나온다.

연설 내용 중 '공정경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영향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7일 안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 토론회에 참석해 "커닝하려고 한다"고 했고, 안 전 공동대표 측 실무자도 작업에 참여했다.

문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어록 중 "국민들은 공정한 부의 분배를 원한다"고 한 문구를 인용, 경제정책 전환 요구를 '성전'에 비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경제가 잘못되는 원인은 정치"라는 말도 포함했다.

◇정치·사회 비중 작아…'북핵·사드' 침묵 = 반면 정치 현안이나 사회 분야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문 대표는 '사자방' 중 자원외교 실패를 지목하면서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보 분야에 있어서는 "야당이 새누리당 정권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10·4 남북정상선언의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실현을 촉구했다.

다만 문 대표는 전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북핵과 사드 문제 등에 대한 야당의 입장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초안 싹 바꾸며 밤샘작업…치열한 '데뷔전' = 문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을 위해 개인 일정을 취소하고 밤샘 작업까지 감수했다.

특히 전날 유 원내대표가 야당 측에서 극찬을 받은 것도 문 대표를 자극했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이날 원고에 포함되지 않았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의미있게 들었다. 상생의 길을 위해서는 정부과 새누리당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가계부채와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내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이번 연설문 작성 작업에는 '경제통'인 홍종학 의원은 물론 시인 출신인 신동호 대표 비서실 부실장 등 당내 인력이 총동원됐다.

이틀 전인 7일 스텝들이 문 대표에게 초안을 보여줬으나, 문 대표는 이에 대한 전면 수정을 지시했다고 한다.

초안에는 경제분야에는 현안 전반을 두루두루 언급됐지만, 문 대표는 경제 비중이 충분치 않다며 비중을 높이라고 했고, 모든 경제정책을 포괄하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해 '새경제'라는 단어가 탄생했다는 전언이다.

8일 수정안을 보고하자 이제부터는 문 대표가 직접 한줄씩 읽어가며 본인의 말투에 맞춰 다시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작업은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3시가 넘어서야 최종본의 인쇄를 맡길 수 있었다.

문 대표는 그러나 연설이 시작되자 문 대표는 피곤한 기색없이 "중산층이 무너졌습니다" 등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 결연한 표정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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