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의 한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서 떠돌았던 오싹한 괴담이 하나 있습니다.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나타나 단지 안에 사람들만 공격한다는, 그것도 아이들만 골라서 공격한다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파트 주민 : 아이들 소리만 나면 쫓아오는 거예요]
[아파트 주민 : 학교에 못 갔어요. 너무 집요하게 따라오니까]
[아파트 주민 : 울지도 못해요. 속으로 울고]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그 괴담의 정체는 백구였습니다.
실제 괴담이 퍼진 아파트 단지에서 괴담의 주인공인 백구를 관찰했습니다. 아이들을 진짜 공격하는 괴물인 건지 살펴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이 개는 아이들만 골라서 공격을 그것도 갑작스레 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달려드는 백구에게 놀라 황급히 도망가면서 놓고 간 신발이나 공 같은 물건을 물어다가 자신의 아지트로 보이는 곳에 모아두는 알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심원섭 / 아파트 주민 : 서로 주민들 안전을 위해서요. (주민들끼리) 하루하루 순찰을 돌고 있어요]
이런 백구의 기이한 행동은, 저녁이면 성인 남성들이 순번을 정해 보초를 설 만큼 주민들을 심각한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렇게 백구는 아파트 단지의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공격한다는 백구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두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만 보면 과격해지는 백구가 이 두 아이만 보면 전혀 순하디 순한 착한 개로 돌변하는 겁니다. 아이들 역시 다른 아이들처럼 울거나 도망가기는커녕 깔깔거리며 백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다시 백구를 관찰했습니다. 백구가 아이들에게 하는 것이 공격인지 아닌지 좀 더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그랬더니 백구가 아이들에게 했던 행동은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에게 하는 행동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갑작스레 다가오는 백구에 대해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반응이 달랐을 뿐입니다. 놀라서 울며 달아나는 아이들이나 반갑게 맞아주면 놀아주는 아이들이나 백구의 행동은 모두에게 비슷했던 겁니다.
괴물로 불렸던 백구는 알고 보니 아이들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단지, 그 방법이 서툴렀던 겁니다.
아이들의 물건을 가져간 것 역시, 물건 그 자체를 원한 것이 아니라 물건의 주인인 아이들이 자기가 있는 곳으로 좀 더 다가와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동물병원장은 말합니다.
[차진원 / 'O' 동물병원 원장 : 아이들하고 놀고 싶고 난 그런 거 좋아한다. 이렇게 표현하는 걸 수도 있고요.
이게 자기가 표현하는 걸 수도 있어요. 나는 이렇게 아이들하고 놀고 싶다]
사람들에게 버려져 유기견이 됐고,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 때문에 괴물로 불렸던 백구.
그러나 백구의 진심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가 아니었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