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도 없는 토막살인범 '매의 눈' 형사들이 신속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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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방조제 토막살인 사건이 시신발견 3일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밤새 용의자를 지켜보던 형사들의 '매의 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시신이 발견되고 3일이 지난 오늘(8일) 오전 7시 30분 시흥시 정왕동 김하일 씨가 사는 다세대주택.

밤새 김 씨의 집을 지켜보던 정용범 형사과장 등 형사 10명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습니다.

김 씨가 큰 가방을 하나 들고 나오면서 주변을 두리번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잠복 중이던 형사 5명이 따라붙었습니다.

계속 주변을 살피며 수상한 행동을 하던 김 씨는 자신의 집에서 300m가량 떨어진 조카가 사는 건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미행하던 형사들의 보고를 받은 정 과장은 형사 4명을 데리고 김 씨 조카의 집 건물로 갔고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형사 5명을 추가로 김 씨 집 주변에 배치했습니다.

집으로 되돌아온 김 씨는 평소처럼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5㎞가량(직선거리 3㎞) 떨어진 직장으로 향했습니다.

형사 1명은 자전거를 타고 김 씨 뒤를 밟았고, 나머지는 차에 나눠 타고 김 씨를 미행했습니다.

정 과장이 지휘하던 수색조가 해당 건물 옥상에서 시신의 양쪽 팔과 다리가 든 가방을 발견하면서 사건은 순식간에 해결됐습니다.

공장 주변에 잠복해 있던 형사 10명은 일제히 김 씨를 덮쳐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비교적 신속하게 사건이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김 씨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림자처럼 미행해 온 형사들의 감시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력사건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CC(폐쇄회로)TV는 이번 사건에선 해결사 자리를 형사들의 '매의 눈'에 내어주게 됐습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어제 오후 7시 반쯤 퇴근해 집에 들어간 김 씨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 오후 9시 반부터 가방을 들고 나온 다음날 오전 7시 반까지 형사들은 뜬 눈으로 김 씨를 감시했다"며 "시신 신원 파악 후 김 씨의 존재를 알고 나서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차근히 증거를 수집하며 잠복해온 결과,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시신 신원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시민제보도 있었습니다.

한 시민은 6일 오후 8시 21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어제(5일) 낮에 가발 같은 것을 봤다"고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수색을 통해 오후 10시 10분 시화방조제 오이도에서 대부도 방면 방조제 시작부 100m지점에서 한 모(42·여·중국 국적)씨의 머리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처음 토막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오이도 방향으로 3㎞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다음날 수색 중 경찰은 이곳에서 대부도 방향으로 7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한 씨의 양손과 발을 발견했습니다.

손에서 나온 지문과 법무부 출입국 기록을 대조해 한 씨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경찰은 남편 김 씨의 존재도 알게 됐습니다.

한 씨가 지문등록이 된 합법 체류자 신분이었다는 것이 신원확인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등록된 자료가 없는 불법체류자였다면 신원확인은 어려워지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을 지도 모릅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물론 경찰 기동대가 수색을 하고는 있었지만, 시민의 제보 덕에 처음 토막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3㎞ 떨어진 지점에 버려진 머리와 손·발을 신속히 발견해 수사할 수 있었다"며 "시민제보와 형사들의 끈질긴 잠복수사가 이뤄낸 성과였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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