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농민들 "애호박 품종 바뀌어 수억 원 피해"


전남 광양지역 애호박 농가들이 애초 주문한 품종과 다른 묘목이 공급돼 수억 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제대로 공급했다는 묘목 공급자와 사이에 진실공방이 일고 있습니다.

광양 진상농협과 진상원예작목회 등에 따르면 애호박을 재배하는 16농가는 지난해 9∼10월 나주의 한 육묘장에서 '농협애호박' 묘목 13만7천여 주를 받아 재배했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다른 품종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호박 재배 농민들은 애호박을 키우는 과정에서 크기나 모양이 '농협애호박'과 다른데다 유난히 병충해가 심하고 추위에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등 농협애호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농민들은 농협과 육묘장 측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모두 23농가에서 표본을 채취해 농협종묘센터에 유전자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5농가는 '농협애호박'으로 확인됐으나 나머지 18농가는 아예 농협애호박이 아니거나 일부 다른 품종이 섞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재배 규모가 적은 2농가를 제외한 16농가가 애초 계약과 다른 품종으로 말미암아 수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백순선 광양진상 원예작목회장은 "유전자 검사 결과 명백히 다른 품종으로 나왔는데도 공급자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5만9천여㎡에 이르는 면적에서 수확 차질에 따른 피해액이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묘목을 공급한 육묘장 측은 정상적인 농협 품종을 공급했으며 병충해는 지난 가을장마의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육묘장의 대표는 "10만∼20만 개를 계약하는 과정에서 뭐하려고 똑같은 돈을 주고 사면서 다른 종자를 섞을 이유가 없다"며 "광주와 나주 등 다른 곳에도 같은 종자를 공급했지만 아무런 말이 없는데 왜 광양에서만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가을 묘목을 옮겨심을 시기에 장마가 1개월 정도 이어지는 바람에 정식 시기도 늦어지고 그 이후에도 병충해가 심했다"며 "다만 2012년에 농협에서 사들인 품종이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당시의 씨앗을 확보해 유전자 검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농민들이 조만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SBS 뉴미디어부)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