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X레이·초음파 허용' 놓고 갈등 재연


한의사에게 엑스(X)레이, 초음파 같은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할지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 논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그간 성명전과 집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방을 주고받던 의사들과 한의사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늘(6일) 국회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

공청회에서 의사들은 "비전문가들인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면 오진과 과잉 진료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의사들은 "정확한 진단과 국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한의사에게도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해야 한다"고 반박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최근 들어 논란이 커지기는 했지만, 현대의료기기 허용은 한의사들의 숙원이었습니다.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쓰지 못하는 까닭에 한의원에 다니는 환자가 현대 의료기기 검사를 받으려면 일반 의원에 갔다가 다시 한의원으로 돌아와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등통증 환자가 한의원에서 침을 맞다가도 혹시 뼈에 다른 이상이 없을까 우려된다면 일반 의원에서 X레이를 촬영해야 합니다.

당뇨 환자는 일반 병원에서 혈액분석기로 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한의원에 제출해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식입니다.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작년 연말 정부의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 회의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추진하겠다는 결론이 나오면서입니다.

국민 불편을 없애고자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불허했던 이전의 규제를 개혁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대한의사협회가 먼저 반발했습니다.

"면허 반납까지 불사하겠다"며 의사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냈고 대한의사협회장은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의사들의 반발이 누그러지고 한의사들의 반발이 시작된 것은 이후 보건복지부가 현대 의료기기 허용 여부와 관련해 X레이와 초음파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입니다.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헌법재판소에서 한의사에게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5가지 현대 의료기기만 논의 대상에 넣어 허용 여부와 범위를 따지겠다고 것입니다.

정부의 발표가 나오고 나서 이번에는 대한한의사협회장이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결국 "대화로 해결하자"는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제안으로 단식은 풀었지만, 이후에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극렬하게 입장차를 내보이고 있지만, 양측은 "국민 건강"이라는 같은 명분을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공청회에서 의사 측 발표자로 나온 김윤현 대한영상의학회 의무이사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환자들이 빈번하게 방사선에 노출되고 이중진료로 말미암은 의료비 이중 낭비가 발생해 건강보험료가 상승한다"며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사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잘못 사용해 오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 더 많은 의료기기 사용 처방을 내리는 '공급자 유발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한의사들은 한방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막은 현재 상황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막는다고 지적합니다.

이진욱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질병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절반은 근골격계 환자이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양방의료기관을 방문해 영상진단을 한 뒤 다시 한의원에 와서 치료받는 경우가 많아 시간적·경제적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골절환자에게 염좌치료를 해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는 한의사가 영상진단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한의사의 영상진단기 사용이 오진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사들은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한의사들을 "비전문가"라고 지칭합니다.

'오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이런 불신이 기저에 있습니다.

의사 측 김 이사는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을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비전문가들이 현대의학을 불법 도용하는 것"이라며 "한의대에도 현대의학과 의료기기 관련 교과목이 있지만, 의과대학에서처럼 올바른 해석을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수련을 받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태호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한의사들은 20년전부터 이미 진단기기와 관련해 충분한 교육을 받아와 임상적 판단 능력의 준비가 돼 있다"며 "이는 80년대 초반 초음파 진단기기가 국내 처음 도입됐을 때 양의사들이 준비돼 있지 않던 상황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의료기기가 한의학과 동떨어진 영역인지, 보완 관계인지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의사 측 발표자인 김준성 가톨릭대(재활의학과) 교수는 "과학적 검증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의학과 경락학설에 의한 한방은 완전히 다른 학문"이라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서 기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 김 이사는 "환자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인 지표를 측정하는데 양방과 한방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단을 내려 한의학적인 치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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