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치려 위장결혼까지'…서민전세 대출사기 백태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서민전세자금 대출 사기로 수백억 원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황당한 사례도 눈에 띕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최성환 부장검사)는 허위 재직증명서로 국민주택기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서민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123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42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속자가 100명이 넘어가는 만큼 사기조직 가담자들이 범행에 빠져드는 유형도 가지가지였습니다.

이번 수사로 적발된 한 모(47)씨가 애초에 이 사기극에서 맡은 역할은 허위 임대인이었습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허위 임차인에게 빌려준다는 허위 계약서만 작성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꼬드김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명의만 빌려줬음에도 수백만 원을 손에 쥔 한 씨는 본격적으로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자신이 또 다른 임대인을 모집하는 브로커로 전향한 것입니다.

사기에 가담하려고 위장 결혼을 한 이도 있었습니다.

허위 임차인으로 범행에 가담하려 했던 미혼 신 모(28)씨는 "30세 미만이면 배우자가 있는 세대주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대출자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신 씨는 브로커의 소개를 받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A(25·여)씨와 혼인신고까지 하면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연관계였던 이 모(63)씨와 문 모(60·여)씨는 '커플'로 사기극에 참여했습니다.

허위 임차인 역할을 맡은 이 씨는 집을 소유한 문 씨와 짜고 문 씨의 집에 들어가는 양 서류를 만들어 받은 대출금을 나눠 가졌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들은 검찰의 수사로 적발돼 쇠고랑이라는 '커플 팔찌'를 찼습니다.

이번 서울남부지검의 대규모 수사는 과거 검찰의 수사로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반복 적발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입니다.

2012년 청주지검, 2013년 의정부지검, 작년 대전지검 천안지청과 서울서부지검 등에서 같은 수법이 잇따라 적발되자 검찰은 이를 국무총리실 소속 정부합동부패척결단에 통보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실태점검에 나선 정부합동부패척결단의 수사 의뢰로 서울남부지검은 수사를 확대해 수백 명에 달하는 사기 조직을 적발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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