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해양 생태계…붕괴엔 수십 년, 회복엔 수천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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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기온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늘어나는 열량의 90% 이상은 공기와 맞닿아 있는 바다가 흡수한다. 결국 지구온난화로 바다 역시 뜨거워지는 것이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바다 표면의 온도 뿐 아니라 수백 미터 깊이나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저 바닷물 까지도 점점 더 뜨거워지게 된다.

실제로 일본 홋카이도대학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1950년대 중반부터 50년 동안 북서 태평양의 수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오호츠크 해역 수백 미터 깊이에 있는 중층수의 수온이 최고 0.68℃나 올라간 것을 확인한 바 있다(Nakanowatari, 2007). 또 미국 워싱턴대학교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공동 연구팀은 남극 주변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저도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Purkey and Johnson, 2010).

점점 뜨거워지는 바닷물은 현재 균형을 이룬 채 크게 번성해 있는 해양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먹이 사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뜨거워질 경우 산소 호흡을 하는 많은 해양 동물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구 역사에서 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양 생태계에 격변이 일어난 적이 있을까? 만약 온난화로 해양 생태계가 붕괴된다면 그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또 생태계가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공동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 멀지 않은 깊이 418m 태평양 해저에서 시추한 퇴적층 코어(Core)를 분석했다. 길이가 약 9m 정도 되는 이 퇴적층 코어는 지금부터 1만6천백 년 전부터 3천4백 년 전까지 즉, 마지막 빙하 극대기(LGM: Last Glacial Maximum)부터 지질학적으로 최근인 홀로세까지 쌓인 것이다.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Moffitt, 2015).

연구팀이 해저에서 시추한 퇴적층 코어를 분석한 것은 퇴적층 코어에는 퇴적층 생성 당시 바다에서 살던 많은 생물들이 남긴 흔적이 시기별로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다. 퇴적층을 분석해 보면 퇴적층 생성 당시의 해양 환경이나 생태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특정 기간의 퇴적층에서 어떤 동물의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면 그 시기에 그 동물이 많이 살았음을 의미하고 반대로 특정 기간에 쌓인 퇴적층에서 화석이 발견되지 않거나 적게 발견된다면 그 시기에는 그 동물이 번성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분석 결과 퇴적물 코어에는 불가사리나 고둥, 성게 등 5천4백 개가 넘는 다세포 무척추동물의 화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5천4백여 개의 화석을 생성 시기별로 분류한 결과 마지막 빙하기에 해당되는 기간인 1만6천 년 전부터 1만5천 년 전까지 약 천년, 그리고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직전인 1만2천 년 전을 중심으로 한 약 천년, 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뒤 홀로세 시기인 7천5백 년 전부터 5천 년 전까지 2천5백 년 동안 등 3차례에 걸쳐 다양한 화석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만6천1백 년 전부터 3천4백 년 전까지 약 1만3천 년 동안 3차례에 걸쳐 해양 생태계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고 크게 번성했다가 쇠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어 해양 생태계의 번성과 쇠퇴하는 시기와 당시 기온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 지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에 화석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첫 번째로 많이 발견되던 화석이 사라진 약 1만5천 년 전은 기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시작하는 시기에 해당되고 1만2천 년 전 쯤 또 한 차례 화석이 급격하게 사라진 시기는 마지막 빙하기기 끝나는 과정에서 약 천년 정도 나타났던 소빙하기인 영거 드라이아스(Younger Dryas)기가 끝난 뒤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와 일치했다. 결국 크게 번성했던 해양 생태계는 온난화로 기온이 크게 올라가는 시기에 급격하게 붕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크게 번성했던 생태계가 붕괴되는 데는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어도 수백 년이 채 걸리지 않은 반면에 한번 붕괴된 생태계가 다시 크게 번성하기까지는 수천 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두 차례의 생태계 번성기 사이에는 약 2천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됐고 영거 드라이아스기 이후 약 7천 5백 년 전 홀로세에 생태계가 다시 번성하기 까지는 약 4천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까지는 한번 붕괴된 해양 생태계가 회복되는데 수백 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퇴적층의 산소 농도를 분석한 결과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시기와 화석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시기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닷물의 온도도 올라갔고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물속의 산소 농도가 떨어져 생태계가 급격하게 붕괴됐다는 것이다.

인간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앞으로 당분간은 더욱 더 가파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갈 경우 바닷물의 온도 또한 올라가고 바닷물 속의 산소 농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온난화로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두 차례의 해양 생태계 붕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다. 지나온 과거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앞으로 만들어지는 해저 퇴적층에 다양한 화석이 얼마나 많이 쌓이고 또 얼마나 오랫동안 화석이 사라질 것인지는 오늘을 사는 인간의 행동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 Takuya Nakanowatari, Kay I. Ohshima and Masaaki Wakatsuchi, 20107:  Warming and oxygen decrease of intermediate water in the northwestern North Pacific, originating from the Sea of Okhotsk, 1955-2004.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 10.1029/2006GL028243

* Sarah G Purkey and Gregory C. Johnson, 2010: Warming of Global Abyssal and Deep Southern Ocean Waters between the 1990s and 2000s: Contributions to Global Heat and Sea Level Rise Budgets, Journal of Climate. DOI:10.1175/2010JCLI3682.1

* Sarah E. Moffitt, Tessa M. Hill, Peter D. Roopnarine, and James P. Kennett, 2015: Response of seafloor ecosystems to abrupt global climate change. PNAS, DOI:10.1073/pnas.14171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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