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무실 책장 뒤의 비밀 공간, 야적장의 허름한 컨테이너에 민감한 자료를 숨겨 놓았던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입니다. 공군 훈련장비를 도입하면서 천억 원대의 납품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됐지요. 그런데 이 비리가 8년 전 국정감사에서 대부분 드러났던 내용입니다. 정부가 한번만 더 들여다봤더라면, 엄청난 국고 낭비, 또 군의 전력 손실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김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7년 10월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즉 EWTS의 성능과 사업 추진 과정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EWTS는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과 전투기 공격에 대비해 훈련을 하는 장비로 2010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해 오던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훈련 대상이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SA-2, 5는 물론 북한 주력 전투기 MIG- 21, 23, 29의 공격에 대비한 훈련은 빠졌습니다.
반면 북한이 보유하지 않은 SA-6와 8 미사일은 훈련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송영선/당시 한나라당 의원, 2007년 국감 : EWTS 사업, 근본적으로 이것 하벨산에서 가져와 가지고 전자전 훈련이 되지 않습니다.]
국회 국방위는 일광공영의 EWTS 도입 사업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정조사도 감사도 실시되지 않은 채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9년 초 EWTS 도입 계약은 체결됐습니다.
계약 체결 직후인 2009년 국감에서 일광공영의 수의 계약 의혹이 다시 제기됐지만 방위사업청은 문제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변무근/당시 방사청장, 2009년 국감 : 무기중개상(일광공영)하고 (EWTS)전력화는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우/당시 한나라당 의원 : 그게 어떻게 별개의 문제지요? 무기중개업체가 비리, 비자금 문제 때문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8년 전 국회나 감사원 어느 쪽이든 한번만 제대로 들여다봤더라면, 반쪽짜리 전자전 훈련장비를 천억 원 넘게 주고 사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최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