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가입신청, 북한·대만의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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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마감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회원국 가입 신청 과정에서 대만과 북한의 행보가 주목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 측이 대만을 '창립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한 적이 없는 북한이 중국 주도의 기구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신청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대만은 가입 신청을 하고 북한은 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영국의 경제전문 온라인 매체 '이머징마켓'이 "중국의 거부로 가입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뉴스 전문 온라인매체 '더 디플로매트'의 최근 보도를 보면 중국이 '거부'했다기보다는 북한이 스스로 철회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디플로매트는 가와이 마사히로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의 전언을 소개했다.

가와이 전 총재는 "지난해 12월 진리췬(金立群) AIIB 임시사무국장을 만났는데 '북한이 AIIB 가입에 관심을 보이기에 (가입하려면) 정보를 충분히 공개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그러나 북측은 정보를 제공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디플로매트는 중국 측이 북측에 세제(稅制), 경제활동 관련 정보 등을 요구하는 한편 AIIB가 대출을 해 줄 경우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관한 세부 사항을 알려 줄 것을 원했으나 북측은 그렇게 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과 경제교류를 추진하는 싱가포르 '조선교류'(Choson Exchange)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이 "북한은 지난 1967년부터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 경제정보 비공개는 북한에 특별한 일이 아니다"며 "그러나 외부 세계와 교류를 하게 될 때 정보공개를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도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AIIB 투명성,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측에 정보공개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IB 창립 과정에서 중국이 국제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다른 나라들이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데 북한측에 '무사 통과'(free pass)를 허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러나 AIIB 가입을 놓고 북한과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는 "AIIB는 열려 있는, 포괄적 다자적 개발기구이고 참여를 원하면 누구든 환영할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이 창립 회원국으로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AIIB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을 맺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대만은 북한에 비해 가입이 용이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대만은 자신들의 AIIB 가입이 "국제사회 현안 해결과 국제 경제·무역기구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며 이전부터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중국측은 "(대만의 가입과 관련) '두 개의 중국' 문제가 다시 제기돼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현재 국가로 한정돼 있는 AIIB 가입 자격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대만의 가입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가입 전례를 따라 하나의 '경제주체'로서 대만 가입을 용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또한 이번 가입 신청 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AIIB 사무국에 직접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신 내부의 일부 반발을 무릅쓰고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을 경유하는 길을 택했다.

대만 가입이 순조롭게 풀릴 경우 홍콩 또한 AIIB 가입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도 별개의 경제주체로 현재 APEC에 가입돼 있는 상태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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