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해빙' 이란, 시리아·예멘 '해결사' 나설까

걸프 수니파 왕정 핵활동 가속화할 듯…이스라엘과 경색 불가피


이란 핵협상 타결의 '부수효과'로 가장 관심을 끄는 중동 문제는 5년째 계속된 시리아 내전과 전쟁으로 번진 예멘 사태 해결이다.

두 곳 모두 기본적으로 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갈등으로, 시아파 맹주 이란과 반(反)이란 세력의 대결 구도로도 볼 수 있는 탓에 중동의 해빙 무드 조성에 '이란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공공연하게 지원해 왔고 쿠데타로 정치적 실권을 쥔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쿠데타로 쫓겨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후티를 '이란의 꼭두각시'로 지목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이란 핵협상은 단순히 그 자체의 의미에만 한정되지 않고, 이란을 공통분모로 하는 중동지역 다른 분쟁 상황과 얽혀 해석됐다.

미국이 핵협상을 타결한 것은 이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국 혼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시리아와 예멘 사태에 이란이 어느 정도 중재 역할을 하리라는 계산이 녹아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을 '악의 축'으로 놓고 이란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중동에 대응해 왔다.

이란과 이웃한 이라크에 직접 군사개입을 했고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통해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와 강대강 방식으로 각을 세웠다.

그러나 중동에 미국의 군사력이 없는 상황에서 핵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이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로를 얻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반군을 이용한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축출하는 강공 전략에서 최근 정치적 합의를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에 알아사드와 긴밀한 이란이 연결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예멘의 경우, 사우디 주도로 지난달 26일부터 공습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우디 역시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터라 이란의 입장 변화에 따라 반군 후티와 예멘 정부 사이에 협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드러났듯 공습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인 탓에 후티를 조기에 몰아내려면 사우디 지상군을 파병해야 하는데 이는 장기 전면전에 빠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란도 협상 타결 직전, 예멘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우디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란의 반군과 예멘 정부가 권력 분점을 하는 쪽으로 협상을 유도하게 되면 예멘의 폭력사태는 봉합될 수 있고 미국은 예멘 알카에다(AQAP) 소탕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미국과 이란이 모두 공조를 부인했던 IS 사태 해결에도 어느정도 암묵적인 협력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불신하는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의 경계심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달 29일자에서 이란에 강경한 전직 미국 고위인사를 인용, "이란에 미국이 양보한다면 중동에서 파괴적인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니 아랍국가의 핵무기 개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의 정보국장 출신인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는 16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은 아랍지역 국가들의 핵개발로 이어질 것이며 사우디 역시 다른 나라와 같은 권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스라엘과 관계도 최악으로 경색될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협상을 시종일관 강하게 반대하면서 방해해왔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가능성도 커졌다는 게 서방 강경파의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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