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공포' 현실화되나…저물가에 불안한 경기흐름


담뱃값 인상분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전 산업생산이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경기 회복세는 미약해 저물가와 불안한 경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단계에 있지 않고 물가도 내수가 회복되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저물가와 경기 부진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입니다.

0.3%를 기록한 1999년 7월 이래 15년8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0%대이고 12월 0.8%, 1월 0.8%, 2월 0.5%, 3월 0.4%로 상승률이 계속 즐어들고 있습니다.

또 3월 상승률은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에 이어 다시 마이너스입니다.

담뱃값을 올리지 않았다면 물가 수준이 하락했다는 의미입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담뱃값 인상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디플레이션 초기로 봐야 한다"면서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디플레이션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현재 물가는 저유가 등 공급 측 요인 때문이고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시가스 요금이 3월1일 내렸고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은 떨어졌습니다.

이 국장은 "경제부총리가 저물가가 장기화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라면서 "엄밀한 의미에서 디플레이션은 아니고 디플레이션을 얘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로도 명시적인 물가 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는 0.6%였습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0.2%와 0.1%를 기록해 한동안 마이너스가 우려됐지만 4분기에는 0.7%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보다 0.3%포인트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불안한 경기 흐름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2월 산업생산 지표는 1월에 비해 반등하긴 했지만 설 명절 효과 등 특수 요인의 영향이 커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2.5% 증가해 1월(-2.0%)의 부진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광공업 생산(2.6%), 서비스업 생산(1.6%) 등 주요 산업 생산이 늘었을 뿐만아니라 소매판매(2.8%), 설비투자(3.6%) 등 소비와 투자 지표도 일제히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1월의 부진을 딛고 경기 회복 흐름이 재개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회복세 자체가 견조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표 개선에는 1월의 감소세에 따른 기저효과와 설 명절의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산업활동동향 지표가 증가한 것은 재고가 2.9% 증가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수요 면에서 압력이 약한 상황"이라며 "소매판매지수도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설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 소비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설 연휴 등 계절 효과와 기저 효과를 생각하면 산업활동동향 결과가 좋다고만 보기는 어렵다"며 "저물가 등까지 고려하면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저유가에 따른 향후 생산활동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져 경기선행지수 등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올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낙관론인 셈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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