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무, 함정·철책으로 확산…北 총정치국 따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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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면 북한 인민군 부대에는 지휘관이 2명 있습니다. 부대를 지휘하는 장교와 부대를 감시하는 총정치국 소속 정치위원입니다. 인민군 일선 부대의 정치위원은 노동당 총정치국이 군을 감시하는 장치입니다.

우리 군에도 북한보다는 느슨하지만 총정치국과 비슷한 기무사령부의 요원들이 연대급 이상 부대에 배치돼 있습니다. 간첩을 뒤쫓고 기밀누출을 막고 장병들의 특이동향을 살피기 위해 정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군을 감시하는 군 조직이다 보니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무사의 사령관은 군의 요직 중의 요직으로 평가받습니다. 국방부 장관을 건너 뛰고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 또는 서면 보고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무사의 활동 반경이 올 들어 대폭 넓어졌습니다. 이전에는 기무 요원이 없던 해군 함정과 최전방 GOP에 기무 요원이 한명씩 배치됐습니다. 연대급 부대 파견 요원 수도 늘었습니다. 

성폭력 등 군폭(軍暴)과 비리 예방을 위한 조치입니다. 기무사는 정보활동 강화로 군폭 예방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선 부대 군인들은 "헌병이 할 일에 기무가 나선다"며 강화된 감시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 바다로 전방으로 뻗어나가는 기무

기무 요원들은 그동안 연대급 부대에 1명 정도 파견돼 군 감시활동을 펴왔습니다. 이적(利敵) 행위가 있는지, 비리가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때때로 사생활에 가까운 간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부에 보고하거나 일종의 존안자료를 만들어 보관하기도 합니다.

기무사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활동 성과가 성에 안찼나 봅니다. 우선 해군입니다. 구축함인 문무대왕함 같은 1급함 이상 대형 함정에 기무 요원들이 지난 2월부터 상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순항훈련 또는 해외파병 같은 특수 목적의 장기간 항해 작전 때에만 해군 함정에 탑승했었는데 아예 살림을 차렸습니다. 최전방 산 속 철책 GOP와 방공진지에도 기무 요원들이 한명씩 투입됐습니다. 연대급 부대는 1명이 맡다가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이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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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태훈

● "군폭, 비리 감소됐다" vs "여기가 북한이냐"

기무사 측은 "이번 조치로 군폭 예방 효과가 크다"며 "육해공군 지휘부가 성과를 치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성가신 시어머니 기무 요원들이 촉을 세우고 부대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군폭이 예방될 수는 있습니다. 틀린 주장 아닙니다.

감시를 당하는 지휘관들의 속내도 기무의 주장과 같을까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폭력사건 예방을 위해서라면 경찰(헌병)이 나서야지 국정원(기무사)이 웬말이냐" "정치위원 운영하는 나라는 북한과 중국 정도이다" "부대에 지휘관이 2명인 꼴이어서 제대로 지휘가 안된다" "오히려 비리에 연루되고 비호하는 기무 요원들이 생겨날 것이다"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내건 군폭과 비리 예방활동의 명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군은 기무를 못 믿습니다. 기무사는 국정원처럼 음지(陰地)를 버리고 양지(陽地)로 나와 정의를 압살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무는 사죄하지 않았고, 당연히 누구도 기무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무가 바다로 산으로 뻗어나가겠다고 하니 반발이 따를 수밖에요. 사생활 간섭과 월권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해 1월 각군 본부에 있던 기무사 조직을 철폐했던 기무사의 개혁 조치와도 배치됩니다. 군폭 퇴치는 헌병, 간첩 색출은 기무입니다. 군폭 잡느라 간첩 놓칠까 걱정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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