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검찰총장 공문까지…신종 보이스피싱 조직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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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금정구에 사는 A(25·여)씨는 이달 3일 오전 10시 낯선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검사'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A씨에게 "당신 은행계좌가 국제금융사기사건에 연루됐다. 당신도 공범 아니냐"고 다그치며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라고 했습니다.

A씨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수화기에서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김 수사관, 이 수사관"이라는 목소리까지 들렸습니다.

낯선 사람이 시키는 대로 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 '나의 사건 조회→비회원 로그인 창'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습니다.

곧바로 검찰총장 명의의 공문이 컴퓨터 화면에 떴습니다.

놀랍게도 공문에는 A씨 인적사항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문구까지 들어있었습니다.

검사를 사칭한 사람은 "당신이 보유한 예금이 불법자금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국가안전계좌로 돈을 송금해라. 혹시 주변 사람이 무슨 돈인지 물으면 전세금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은행으로 뛰어가 시키는 대로 3천30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 사람에게서 전화를 받고 2시간여만의 일이었습니다.

A씨는 혹시나 하고 주변 사람에게 이 일을 얘기했는데 '사기일지 모른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A씨는 울면서 경찰서로 뛰어갔지만 이미 돈은 찾기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오늘(30일) 검찰총장 명의의 거짓 공문까지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거액을 가로챈 일당 8명을 붙잡았습니다.

국내 총책 이 모(51)씨와 중국인 송금총책 등 5명은 구속하고 현금인출책 3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올해 2월 초부터 한 달간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10명에게서 3억5천만 원을 송금받아 가로챘습니다.

이들의 범행수법은 지금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이 썼던 수법과 달랐습니다.

먼저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 인적사항을 입력하면 곧바로 '국제금융사기사건에 연루됐다'며 피해자 인적사항이 담긴 공문이 뜨게 했습니다.

지연인출제도(1회 300만 원 이상 송금하면 10∼20분 인출 지연)와 1일 인출한도(600만 원) 도입과 대포통장 단속 강화로 피해자가 현금인출기로 돈을 보내면 바로 인출하기 어려워지자 내국인 현금인출책을 직접 고용한 것도 다른 점입니다.

현금 인출책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계좌를 빌려주고 돈을 직접 인출해 은행 밖에 대기하는 중국인 송금총책에게 전달하고 전체 송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습니다.

현금인출책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서 송금 받은 돈 일부를 빼돌렸다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게서 협박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보이스피싱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었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인출책들은 검거돼 조사를 받으면서도 보이스피싱조직에서 사전에 교육받은 대로 '거래실적을 쌓으려고 대출업자가 시키는 대로 현금을 인출해 전달해 줬을 뿐'이라고 진술했다"며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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