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서울 택시 기사 절반가량이 고령…문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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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요즘 택시 타면 나이 지긋한 기사님들,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택시기사 가운데 절반이 60대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노후를 자식들에게만 맡기는 것도 다 옛일이 됐고요. 그렇다고 뾰족한 노인 일자리도 없는 상황, 하지만 이 나이 든 기사님들의 사고율이 빠르게 또 높아지고 있어서 택시 승객들의 안전도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취재한 SBS 보도국 화강윤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화강윤 기자/SBS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고령 운전자가 얼마나 많아요?

▶ 화강윤 기자/SBS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서울의 택시기사 8만 7천여 명 가운데 60살 이상이 45.2%, 거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개인택시 운전자는 비율이 좀 더 높습니다. 반이 넘는 55.7% 정도가 60살 이상입니다. 연령 제한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울시 개인택시 운전자 가운데 65살 이상 2010년에는 9500여 명이 있었는데요. 올해는 만 4천여 명으로 5천 명 이상 늘었습니다. 80살이 넘는 분들도 81명이나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빨리 늘어나고 있는데요. 근데 얼마 전에 80대 택시기사가 큰 사고를 냈다고요?

▶ 화강윤 기자/SBS

네. 다행히 많은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어린아이도 다치고 택시 승객은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지난 7일 낮 12시 40분쯤이었습니다. 서울 은평구 역촌역 사거리에서 손님을 내리려고 후진하던 택시가 갑자기 뒤로 내달려서 중앙선을 넘었습니다. 도로는 왕복 6차선 도로였는데요.

차 6대가 부딪치고 2명이 다쳤습니다.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은 차에서 굴러 떨어져 내려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올해83살인데요. 운전자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경찰은 당시 상황과 승객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안전운행 불이행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승객 조 모 씨는 기사가 하차 지점을 지나니까 후진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하는 지점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문을 열었지만 차가 서지 않고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고 진술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물론 이 사건에 ‘고령운전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다’ 이렇게 단정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런 큰 사고가 있었다는 말씀이시고요. 근데 어떤가요, 지금 고령일수록 교통사고가 좀 많은 편인가요?

▶ 화강윤 기자/SBS

네. 말씀하신 대로 ‘고령일수록 교통사고가 많다’라고 저희가 단정하기는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참고할만한 통계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진행되면서 고령 운전사 수 자체가 많아지기 때문에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많아진다’는 통계만 가지고는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인운전자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노인 운전자 사고가 늘어나는 그 정도가 훨씬 높습니다.

운전자 수도 늘고 사고 수도 지금 계속 꾸준히 늘고 있다는 상황을 전제할 때, 노인 운전자 사고가 훨씬 더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2013년에 영업용 자동차 운전자들 가운데 60세 미만의 사고 건수는 작년에 비해 9.2% 정도만 늘었고, 이에 비해 60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는 그보다 2배가량인 17.9%가 증가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실제로 좀 ‘나이가 들면 운전대 잡기가 좀 겁이 난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긴 하는데, 고령의 택시 운전사, 왜 위험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 화강윤 기자/SBS

물론 이 부분은 개인차가 큽니다만, 아무래도 인지반응속도 같은 신체 능력의 저하가 큰 원인입니다. 고령운전자 사고의 특성을 분석한 내용을 살펴봤더니 과속이나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보다는 부적절한 타이밍의 핸들 조작, 급정지, 아니면 통행 우선 방법의 착오 같은, 이런 인지능력의 저하로 발생하는 사고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들이 조금씩 저하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거기에 더해 택시운전의 특징 자체가 장시간 운전을 해야 되기 때문에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한다는 점도 위험 요인 중 하나입니다. 장거리 운전은 저희 젊은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요.

▶ 화강윤 기자/SBS

노인은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가 더 빨리 축적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려면 하루 10시간이 넘는 긴 운행시간을 버텨야 합니다. 주행 거리도 굉장히 긴데요. 하루에 평균 2~300km 정도는 달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집중도도 당연히 떨어지고요.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운전 중 교차로 같은 곳을 지날 때 안전하게 운행을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종합적인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됩니다. 근데 집중도가 떨어졌을 때는 전방주시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특히 높습니다.

그러다 보면 좌우 차량들의 행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그런 사고 위험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순간 결정을 할 때 적절한 타이밍에 출발 못하든지, 아니면 차로 변경을 제대로 못하기도 합니다. 택시 운전자들도 신체적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저희가 현장 취재를 했을 때 많은 택시기사들을 만나봤는데요. 시력이나 순발력, 순간 기억력 같은 부분들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또 동료 기사가 눈이 자꾸 나빠져서 걱정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취재를 하면서 이 나이 많은 기사님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좀 들어봤다면서요? 어떤 반응들이 있던가요?

▶ 화강윤 기자/SBS

사실 고령 택시기사분들에 대해서 불안하다는 반응보다는 오히려 더 긍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어요. 과격하게 운전하는 젊은 택시기사들이 그런 분들에 비해서 오히려 더 점잖은, ‘노인 기사들이 오히려 더 안전하게 운행하는 그런 인상을 많이 받는다.’ 그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또 여자 승객 같은 경우는 ‘젊은 택시기사에 비해 덜 부담스럽다.’는 그런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운전을 하다 보면 부담스럽고, 또 택시 범죄에 대한 걱정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면에서 훨씬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낀다는 건데요. 또 ‘살아가는 데 대한 좋은 조언 같은 것도 많이 해준다.’는 그런 장점도 꼽았습니다.

하지만 또 불안을 느낀다는 그런 의견도 많았습니다. 운전을 할 때 반응속도나 판단하는 지점에 있어서 불안을 많이 느낀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특히 ‘차가 빨리 달릴 때, 또 야간에 운행을 할 때 바로바로 반응하지 못하니까 생기니까 그런 문제점도 목격을 했다.’ 그런 의견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실제로 그런 불안감도 좀 느꼈다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군요. 그럼 어떻게,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을 해봐야 될까요?

▶ 화강윤 기자/SBS

아무래도 우리보다 앞서 노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런 늘어나고 있는 노인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했었습니다. 노인 운전자 수를 아예 줄여서 좀 조정을 하기 위해서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쓰기도 했고요. 또 신체 능력을 좀 더 엄격히, 자주 측정해서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운전면허 갱신 기간을 더 짧게 하는 그런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일반인들은 5년마다 갱신을 한다고 하면, 70세 이상은 3년마다 더 빨리 인지 반응이 저하된 그런 부분들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였습니다. 또 ‘실버 마크’ 같은 제도는 주변 운전자들이 고령 운전자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데요. 우리가 ‘초보운전’이나 ‘아이가 타고 있다’는 표시를 차 외견에 붙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운전자가 고령이라는 표시를 해서 주변 운전자가 배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어차피 고령 운전자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다른 세대의 운전자들이 양보를 통해 다 같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예. 알겠습니다. 소식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령 운전자 실태와 대책, SBS 보도국 화강윤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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