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 트라우마 극복했나"…7년만에 자금 순유입


한때 돌풍을 일으켰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큰 손실을 내 투자자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중국 주식형 펀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7년 만에 순유입으로 전환했으며 자산운용사들도 속속 새로운 중국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 7년간 10조원 순유출…올해 250억 순유입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주식형 펀드 151개에 모두 253억원이 순유입됐다.

2008년부터 해마다 수천, 수조원의 자금이 이탈했지만, 올해 첫 석달 동안에는 소규모나마 순유입을 나타낸 것이다.

앞서 중국 주식형 펀드는 국내 펀드 시장이 정점을 맞은 2007년 한해에만 16조8천억원을 쓸어담으며 중국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중국과 홍콩 증시가 고꾸라지자 2008년부터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작년까지 7년간 중국 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모두 10조6천억원에 달한다.

2007년 고점에 중국 펀드에 진입해 원금이 반토막 이상 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하거나 자금을 그대로 묻어둘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당수 펀드 투자자에게 중국 펀드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국내에서 판매된 중국 펀드는 대부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하이·선전 등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본토 투자 펀드로 5천40억원이 순유입돼 홍콩 투자 펀드에서 빠져나간 4천786억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가장 인기를 끈 중국 펀드 10개 가운데 9개가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이며 8개가 2011년 이후 새로 설정된 펀드다.

특히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삼성 중국 본토 중소형 포커스'처럼 투자 대상이 세분화된 펀드의 인기가 높다.

투자자들이 중국 펀드로 돌아온 요인으로는 먼저 수익률 회복이 꼽힌다.

작년 하반기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시행을 전후로 중국 증시가 강세를 타면서 펀드 수익률도 모처럼 회복됐다.

중국 주식형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9.61%로,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11.32%)을 상회했으며 다른 지역별 펀드 수익률을 모두 앞질렀다.

후강퉁과 선강퉁(선전과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 허용) 등 중국 증시 개방과 주요국 완화정책에 따른 시장 유동성 확대로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더해 국내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고 주식시장은 장기간 박스권에 묶여 있는 탓에 수익률 유지를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국내 저성장·저금리로 해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아는 곳에 투자한다는 원칙도 좋지만, 분산 투자도 중요하다"며 "중국은 성장성이 있고 우리가 잘 아는 지역이므로 '제2의 내수시장'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투자 세분화 펀드 잇따라 출시…"리스크 고려해야" 조언도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도 새로운 중국 펀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새 펀드들은 투자 전략을 배당주, 중소형주 등으로 세분화하는 추세다.

이달 들어서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배당주에 투자하는 '한국투자 중국고배당 인컴솔루션펀드'를, 한화자산운용은 배당 증가 가능성이 큰 우량주에 투자하는 '한화 차이나 레전드 고배당 펀드'를 출시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제도를 활용해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신한BNPP 중국 본토 중소형주 RQFII 증권자투자신탁'을 내놓았다.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상하이, 선전, 홍콩, 미국 뉴욕 등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으로 '삼성 차이나 드림 10년 펀드'를 출시했다.

그러나 펀드 투자자들이 여전히 '중국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해 묶여 있는 자금이 많고 금융위기 이전 유출입 규모와 비교하면 최근의 유입세가 훨씬 작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전 돌풍을 일으켰던 '신한BNPP봉쥬르차이나',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과 같은 펀드는 해마다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는데도 남은 설정액이 1조원을 넘는다.

중국 펀드 151개 가운데 설정 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남아 있는 펀드도 22개에 달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 중국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은 추세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라며 "예전처럼 중국 펀드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붐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신용리스크나 글로벌 거시경제에 쉽게 흔들리는 신흥시장으로서의 문제를 안고 있는 시장인 만큼 쉽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김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사그라지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고 중국 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런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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