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이란 핵협상 염탐' 의혹에 회의적 반응


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비공개 핵 협상을 염탐했다는 의혹에 대해 미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이 24일(현지시간) 일제히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고 CNN이 보도했다.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주요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도청을 통해 염탐한 정보를 핵 협상에 반대하는 미 의원들에게 건넸다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내용에 놀라면서도 대개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베이너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정보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당혹스럽다"며 "나에게는 어떤 정보도 건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밥 코커(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도 이스라엘 관리들이 유출한 어떤 것도 공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물먹은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러한 의혹이 터진 것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달 말로 시한이 다가온 이란 핵 협상을 강하게 반대해온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 주도의 핵 협상을 "아주 나쁜 협상"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협상도 결국 이란의 핵무장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여기에 더해 백악관이 이란 핵 협상에 대한 보안에만 급급함으로써 의회와 이스라엘을 비롯한 관련국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도 이번 의혹을 촉발한 한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코커 위원장은 자신도 외국 정부에서 핵 협상 관련 정보를 많이 얻었다면서 미국 정부가 의원들에게 제대로 브리핑을 하지 않음으로써 외국 정부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게 하였다면 그것은 백악관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미 의회가 이란 핵 협상 정보를 외국 정부에 의존했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며 미 행정부는 관련정보를 충분히 설명해왔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의회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다른 동맹국에도 협상의 진행 상황을 설명해왔다"며 "어떠한 합의사항도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철저한 조사를 위해 제공될 것이며, 모든 과정이 상당히 투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측은 CNN에 "이스라엘은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염탐을 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의혹을 완전히 엉터리라고 일축했다.

다만 미 의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측이 핵 협상 정보를 얻기 위해 뛰고 있는 것은 이해할만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스테니 호이어(민주·메릴랜드) 하원의원은 외교가에서 염탐 행위 자체가 드문 관행은 아니라면서 "어떤 국가도 자국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를 얻기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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