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신음하는 아마존…이산화탄소 흡수보다 배출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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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아마존 강 유역 9개 나라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 바로 아마존 열대우림이다. 면적이 한반도 면적의 25배인 550만km2로 전 세계 열대우림의 전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자료:Wikipedia).

지구의 허파로 알려진 아마존 열대우림은 특히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아마존 유역의 식물과 토양에는 5,550억~7,4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돼 있다. 2014년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과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20억 톤 정도임을 고려하면 매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의 20배 정도가 아마존 유역에 저장돼 있는 것이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은 최근에도 연 평균 15~20억 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식물과 토양 등 육상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20% 이상을 아마존 열대우림이 흡수하는 것이다(Brienen et al, 2015).

이산화탄소 보관창고 역할을 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남미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보다도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명에 가까운 학자가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Brienen et al, 2015).

연구팀은 아마존 열대우림 321개 지역에서 20만 그루의 나무를 직접 관찰하고 1980년대부터 새로 자라난 나무와 죽은 나무 등을 조사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크게 떨어진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 말라 죽는 나무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생물량[바이오매스, biomass]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연구팀 조사결과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래로 나무가 말라 죽는 비율이 30%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광합성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꽃도 일찍 피고 열매도 일찍 맺게 되는데 문제는 빨리 자란 식물일수록 수명이 짧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식물이 예전에 비해 빨리 자라고 빨리 죽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간 또한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 유역의 가뭄과 이상 고온 또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을 한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지난 2005년과 2010년 아마존 유역에는 기록적인 가뭄이 발생했는데 이 때 수백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말라 죽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나무는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죽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썩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3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만 해도 연 평균 20억 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던 아마존 열대우림은 2000년대 들어서는 연 평균 14억 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가뭄이 발생할 경우 열대우림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흡수하는 양보다 오히려 많을 수도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영국과 스웨덴, 페루, 브라질, 호주 공동연구팀은 기록적인 가뭄이 발생했던 지난 2010년을 전후해 아마존 유역에서 3년 동안 탄소 순환을 직접 관측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최근호에 실렸다(Doughty et al, 2015).

연구팀은 아마존 열대우림 13개 지점에서 나무의 성장률과 광합성 정도를 측정했다. 측정결과 기록적인 가뭄이 강타한 지역에서도 나무의 성장률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광합성 작용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가뭄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나무는 광합성이라는 에너지 생산 과정을 줄이는 대신 성장이라는 에너지 소비 과정을 택한 것이다. 연구팀은 극한 상황에서 나무가 주변의 다른 나무보다 수분이나 빛 같은 양분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성장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가뭄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광합성을 억제하고 성장에 집중함으로써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줄어들고 대신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뭄이 심했던 지난 2010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광합성이 크게 줄어들면서 가뭄 이후인 2011년에 비해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8억 톤~20억 톤(평균 14억 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아마존 열대우림의 연 평균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4억 톤인 점을 고려하면 가뭄이 심할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사실상 없거나 오히려 배출하는 양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뭄으로 말라 죽는 나무가 늘어나고 또 죽은 나무가 분해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까지 고려할 경우 가뭄이 발생할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보다 배출하는 양이 많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가뭄 기간 동안 식물이 세포 유지 같은 건강에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성장에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가뭄이나 가뭄이 지난 뒤에는 말라죽는 나무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가뭄이 발생할 경우 식물체내 탄소 가용성(availability)이 떨어지면서 물관이나 체관이 막히거나 물관에서 기포가 발생해 물 흐름이 끊어질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나무가 말라죽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특히 아마존 지역에서 발생한 2005년과 2010년의 기록적인 가뭄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열대우림지역의 가뭄은 더 심해지고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열대우림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보다 더 많이 배출하는 경우가 잦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그리고 더욱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록적인 가뭄, 신음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에 기후변화까지 막아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인간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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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R. J. W. Brienen et al, 2015: Long-term decline of the Amazon carbon sink. Nature,  DOI:10.1038/nature14283

* Christopher E. Doughty et al,2015: Drought impact on forest carbon dynamics and fluxes in Amazonia. Nature,  DOI:10.1038/nature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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