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박태환 위해 12월 체육회 규정 변경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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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파문'을 일으킨 박태환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자격정지18개월이란 징계를 받으면서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징계가 시작되는 시점(始點)과 징계 기간 모두 이례적이라 할만큼 박태환에게 최상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족쇄는 현 대한체육회 규정입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국제수영연맹의 징계 결과가 나온 뒤 대한체육회는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이 규정을 변경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국민 여론과 현 규정 2가지를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상해 한 달 전부터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국내 체육계 관계자들에게 "박태환이 만약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수준의 징계를 받으면 현 규정을 고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미리 그들의 속내를 알아두기 위해서였습니다. 박태환 '도핑 파문'에 정통한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은 박태환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힘을 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2년이 그냥 확정되고 그러면 리우행은 좌절된다. 국제수영연맹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박태환을 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한 것 아닌가? 다만 현 규정이 있어 바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이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충분히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규정은 법이 아니다. 대한체육회가 바꾸겠다고 하면 그 뿐이다."

박태환의 징계 내용을 보면 국제수영연맹이 '정치적 결정'을 내린 흔적이 농후합니다. 일단 박태환은 징계가 시작되는 시점(始點)에서 큰 혜택을 받았습니다. FINA 도핑 규제 규정은 징계 소급 적용과 관련해 이렇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 제10장11조2항(DC 10.11.2 Timely Admission)

"선수 또는 다른 개인이  FINA나 각국 연맹으로부터 반도핑 규정 위반에 걸렸을 경우 즉시에 이를 인정하면 자격정지 시점이 샘플 채취일까지 앞당겨져질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된 '즉시'는  해당 선수가 다시 대회에 출전하기 이전까지를 의미한다." (Where the Athlete or other Person promptly (which, in all events, means for an Athlete before the Athlete competes again) admits the anti-doping rule violation after being confronted with the anti-doping rule violation by FINA or a Member Federation, the period of Ineligibility may start as early as the date of Sample collection)

박태환의 경우 A샘플 검사 결과에 불복하고 B샘플 검사를 요청한데다 양성반응을 통보받은 뒤에도 전국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위에 제시된 '소급 적용' 혜택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현 FINA 규정대로라면 징계 시점이 도핑 테스트 당일인 2014년 9월3일이 아니라 일시 자격정지가 확정된 12월8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FINA는 징계 시점을 9월3일로 앞당겨주고 리우 올림픽 개막 5개월 전에 징계가 끝나게 하는 '배려'까지 베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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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연합

또 사안이 박태환보다 비교적 가벼운 김지현 선수에게 2년 징계를 확정한 사례를 모를 리 없는데도 박태환에게는 18개월만 자격 정지를 내렸습니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국제수영연맹이 이런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박태환을 구제해준 것은 결국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이 혼신의 힘을 다해 설득한 것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현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체육회 2인자'로 불리는 실세입니다. 이런 노력을 해놓고도 박태환이 대한체육회 규정에 묶여 리우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사태를 방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대한체육회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검찰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박태환을 구해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체육회는 물론 검찰과 문체부 사이에 형성됐다. 문제는 국민 여론이다. 박태환이 진솔하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 여론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예상대로 규정을 변경한다면 올해 전국체전과 국정감사가 모두 끝나는 1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가 전개될 전망입니다. 박태환의 징계 기간은 2016년 3월2일까지입니다. 그런데 국제수영연맹 규정에 따르면 징계가 끝나기 2개월 전부터는 동료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고 대표팀 시설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FINA 도핑 규제 규정 <제10장12조2항>은 도핑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가 언제 훈련에 복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명시돼 있습니다.

* 제10장12조2항(DC 10.12.2 Return for Training)

"해당 선수는 자격정지 징계가 끝나기 마지막 2개월이나 총 징계 기간의 마지막 4분의1 가운데 짧은 기간 동안 팀과 함께 훈련할 수 있고  각국 수영연맹에 속한 클럽이나 단체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an Athlete may return to train with a team or to use the facilities of a club or other member organization of FINA's Member Federation during the shorter of: (1) the last two months of the Athlete's period of Ineligibility, or (2) the last one-quarter of the period of Ineligibility imposed.)

즉 박태환의 경우 대회 출전은 2016년 3월 3일부터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훈련은 그 두 달 전인 2016년 1월 3일부터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12월에는 현 규정을 바꿔야 박태환이 자격 시비에서 완전히 벗어난 채 마음껏 훈련할 수 있습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에서 '약물 스타'로 전락했던 박태환은 FINA의 징계 수준에 관계없이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살리기 위한 체육회 규정 변경 논란으로 다시 한 번 한국 체육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전망입니다. 이 모든 과오를 다소나마 씻는 것은 조만간 국민들에게 진실을 직접 소상히 털어놓고 더욱 피나는 훈련을 하는 길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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