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전 총리 한국과의 인연 '각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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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1세를 일기로 23일(한국시간) 타계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생전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쌓았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는 부녀-부자의 2대 인연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리 전 총리는 생전 4차례 한국을 찾았습니다.

싱가포르 경제기적을 일군 권위적 통치자였던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군인출신 대통령들의 통치에 대해 훗날 회고록에서 호의적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첫 방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되기 일주일 전인 1979년 10월19일.

2000년 9월 출간된 회고록 '일류 국가의 길'에서 리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첫 인상에 대해 "날카로운 얼굴과 좁은 콧날을 지닌 작고 강단있게 생긴 분으로 엄격해 보였다"며 "영어를 할 줄 아는 그의 20대 딸 박근혜의 통역으로 우리의 대화는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작고한 모친인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회고록에서 "18년 재임기간 그(박정희 전 대통령)는 경제적 근대화를 열망하는 훈련되고 단결된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경제 번영을 이룩했다"며 "나는 한국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단호한 결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당시 정상회담 후 만찬에서는 "어떤 지도자들은 언론과 여론조사에 호의적 평가를 받는데 관심과 정력을 소모하지만 다른 지도자들은 일에 집중하고 평가는 역사에 맡긴다. 만약 각하께서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하는 분이었다면 오늘 우리가 보는 이런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리 전 총리가 이한한 뒤 닷새만에 측근인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암살됐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1998년 중국의 덩샤오핑, 베트남의 호찌민 등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리 전 총리 등을 20세기 아시아의 20대 인물 반열에도 올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부녀-부자의 2대 인연이 주목받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리 전 총리와 1979년 정상회담 통역으로 인연을 맺은데 이어 한나라당 대표로 지방선거를 지휘하던 2006년 얼굴 테러를 당하기 직전 면담했으며 이듬해 싱가포르에서도 회동한 바 있습니다.

특히 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셴룽(63) 현 총리와는 여러모로 닯은꼴 정치인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양국 근대화 기틀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는 부친을 둔 2세 정치인인데다 1952년생 동갑이며 모두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 정치인입니다.

두 사람은 2013년 12월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해 창조경제 분야와 건설 및 연구개발(R&D) 분야 등에서의 양국간 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 밖에 리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들이 집권했던 시기에 통용되던 그 당시의 기준에 따라 행동했다"며 "그러한 기준에서 판단한다면 그들은 악한(villain)은 아니다"라고 평했습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 노 두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것과 관련, "다른 나라의 집권중인 군부 지도자들에게 대중적 지지를 추구하는 민간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이양해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하게 됐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리 전 총리를 잊지못할 국가지도자의 한 명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1981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건설에 참여할 당시 당시 리 전 총리가 현대건설의 젊은 사장이던 이 전 대통령을 집무실로 불러 5분짜리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쳤고 이 대통령이 깊은 인상을 받아 향후 국정운영에 이를 반영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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