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절대복종'만을 강조하던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농담을 앞세워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부각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북한의 문예월간지 '조선예술'은 올해 1월호에서 최고지도자의 '인민 사랑'을 강조하면서 2012년 9월 김정은이 평양 가정집을 방문했을 당시 한 아이와 농담을 섞어가며 나눈 대화를 뒤늦게 소개했습니다.
김정은은 방문 가정의 맏아들인 박원 군과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내 축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박 군이 "예"라고 답하자 김 제1위원장은 "축구를 잘해? 나하고 한번 축구를 해볼까?"라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예상치 못한 최고 지도자의 농담에 당황한 박 군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김정은은 앞으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라'는 격려의 말을 전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원아들의 웃음소리'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김정은이 자신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봤다는 한 아이에게 "재미없었겠구나!"라면서 농담을 건넨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평양 화장품공장에서 마스카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외국산은 물속에 들어가도 그대로인데, 국산은 하품만 하더라도 너구리 눈이 된다"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고지도자를 국가 자체와 동일시하며 '완전무결함'을 과장·선전해 온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가벼운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대내에 과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치적 무게감을 만회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