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홈쇼핑…끝없는 수수료·불공정 거래 논란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이하는 TV홈쇼핑의 끝없는 숙제는 높은 수수료율과 불공정 거래 논란이다.

특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홈쇼핑 3사(현대·롯데·NS) 재승인 심사에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 결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6개사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백화점(28.3%)보다 높은 34%였다. 즉 납품업체가 10만원 어치를 팔면 3만4천원을 수수료로 내는 구조다.

작년 기준 업체별 평균 수수료율은 현대가 35.4%로 가장 높고, 롯데 35.3%, GS 34.9%, CJ 34.8%, 홈앤쇼핑 32.5%, NS 30.2% 등으로 모두 30%를 넘는다.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의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4%로 대기업(32.3%)보다 높았다. 이는 대기업 제품의 낮은 반품률, 우수한 거래조건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반품이 많은데다가 홈쇼핑 사업자가 배송을 책임지는 패션 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중소기업은 수수료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품군별 수수료율을 보면 셔츠·넥타이가 42.0%로 가장 높고 진·유니섹스(40.9%), 여성캐주얼(40.5%), 남성캐주얼(39.1%)이 뒤를 이었다.

홈쇼핑의 비싼 수수료와 이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0년 전인 2005년 중소기업 101개사를 대상으로 홈쇼핑 거래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79.2%가 높은 판매수수료율 개선을 우선 해결과제로 꼽았다.

2010∼2011년부터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업계에 수수료율 인하를 압박했지만 평균 수수료율은 2011년 34.1%, 2012년 33.9%, 2013년 34.3%로 거의 변화가 없다.

홈쇼핑사 판매 수수료율이 유독 높은 것은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송 송출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점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상파 채널에 붙어 있는 이른바 '황금 채널'을 배정받으려 방송사업자에 내는 거액의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에 큰 부담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총 4천93억원이었던 6개 홈쇼핑사 송출수수료는 4년 새 2배 이상 증가해 2013년 9천708원을 기록, 1조원에 육박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판매수수료에는 송출수수료뿐만 아니라 제작비, 인건비, 콜센터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특히 송출수수료가 매년 큰 폭으로 올라 결과적으로 홈쇼핑사와 납품업체 모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 이외에도 홈쇼핑사와 중소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그동안 지적돼온 사례는 ▲ 방송을 전제로 부당한 이익 요구 ▲ 방송시간 강제 변경·취소 ▲ 물류·판촉 비용 전가 ▲ 구두 발주 등 불분명한 계약 ▲ 정액수수료 부과 등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납품 비리로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홈쇼핑 '갑질 논란'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판로 확보가 절실한 중소기업은 홈쇼핑사와의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공정한 일을 당해도 '대박'을 기대하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내한 경우가 많다.

홈쇼핑은 중소기업에 '기회의 땅' 이다.

실제로 한경희 스팀청소기, 락앤락 밀폐용기, 댕기머리 샴푸, 한스킨 비비크림, 휴롬 원액기 등 생소했던 수많은 중소기업 제품이 홈쇼핑에서 '대박'이 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중소기업은 판로 개척, 홈쇼핑사는 상품 구색 다양화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홈쇼핑은 1995년 출범 직후부터 중소기업 제품의 새로운 판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집계한 2013년 기준 6개 홈쇼핑 방송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은 평균 63%다.

6개사 모두 50%를 넘으며, 중소기업 전용 채널인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이 전체 방송 제품의 81.3%를 차지한다.

하지만 여전히 홈쇼핑의 문턱이 높아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이 더 필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방송 수요에 비해 채널이 부족해 2013년 기준 전체 중소기업 제품 방송 수요의 5% 정도만 실제 홈쇼핑 방송에서 소화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 관행이 만연한 것은 홈쇼핑사의 과점적인 시장 지위와 홈쇼핑 방송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과수요가 맞물리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존 홈쇼핑 업계는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홈쇼핑 채널이 생기면 채널 간 경쟁이 심해져 송출 수수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예전 방송위원회는 2007년 판매수수료 개선과 중소기업 판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육성과 중소기업제품 활성화를 위한 권고사항'을 모든 홈쇼핑사에 권고했다.

2010년에는 홈쇼핑 업계가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하고 2011년에는 표준거래계약서도 제정했다. 각 홈쇼핑사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다양한 자정 노력에 힘썼다.

하지만 높은 수수료율은 요지부동이고, 불공정 거래 관행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지난해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드러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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