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부룬디, 6월 대선 앞두고 내전 조짐

현 은크룬지자 대통령 3선 연임 시도에 야당 반발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부룬디가 오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3선 연임을 노리는 현 대통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 인사들과의 다툼으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피에르 은크룬지자 부룬디 대통령은 재임까지만 허용한 헌법을 무시하고 3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불법체포, 위협, 자유로운 연설 단속 등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최근 영향력 있는 가톨릭 교회 지도자의 3선 연임 반대 선언 등에 힘입어 대통령의 3선 연임 시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어 지난 2006년 인종학살로 점철된 13년 내전의 후유증을 겪는 부룬디가 또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놓였다고 AF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룬디 국립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줄리앙 니무보나는 "부룬디 정치권이 이처럼 분열된 적이 없었다"라며 정부와 야당 모두 폭력을 해결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니무보나는 "대통령이 3선에 나서면, (대통령 자신과 국가는) 나서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몇 달간 은크룬지자의 3선 도전 선언에 위기가 더해진 가운데 지난달 중순에는 수도 부줌부라에서 수많은 시민이 모여 구속된 반정부 인사와 기자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이후 3선 연임 반대 캠페인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이달 초 영향력이 큰 가톨릭 교회의 대주교가 나서 대통령의 3선 연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공식 발표했다.

은크룬지자는 그러나 2005년 의회 간접선거를 제외하면 국민 직접투표에 의해서는 한번 밖에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며, 자신에게 3선에 나서지 말 것을 권고하는 서신을 보낸 정보부 수장과 또 다른 2명의 측근을 해임했다.

정부 측 일부 고위인사는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마당에 집권 민주수호국가평의회-민주수호군(CNDD-FDD)당 내부에서도 3선 연임을 두고 '실질적인 불편함'과 심지어 '위기'까지 감지된다고 밝혔다.

또한, 야당은 지난 2010년과 같은 선거 보이콧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어 분석가들은 소요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록 은크룬지자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임기를 연장하려는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룬디 야당은 지난해 10월 헌법개정을 통해 5선을 꾀하다 쫓겨난 부르키나파소의 블레즈 콩파오레 전 대통령의 사례 등을 통해 이제 조류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원조공여국들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주 부룬디를 방문해 은크룬지자의 야망이 '지극히 분열적'이고 '매우 불안한 것'이라며 재임기간이 끝나면 명예롭게 퇴진할 것을 주문했다.

요즘 부줌부라 거리에 나서면 인플레이션과 부패, 빈곤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억압에 대항해 끓어오르는 분노와 긴장감이 여실히 느껴진다.

일부 인권 활동가는 CNDD-FDD의 청년조직인 '임보네라쿠레(Imbonerakure)' 소속 젊은이들이 비밀리에 이웃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무장훈련을 받고 있어 지난 1994년 발생한 르완다 인종 대학살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분쟁방지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티에리 비르쿨롱은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결국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CNDD-FDD가 은크룬지자를 대체할 후보자를 내세운다면 지금이라도 폭력으로 가는 키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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