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고 김선자 할머니 유언, "천 원 밥집 계속 유지해 달라"

* 대담 : 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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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요즘 같은 세상, 단돈 천 원으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광주 동구의 전통시장인 대인시장에 가면요. 소시민의 든든한 밥 친구, 천 원 백반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천원 백반집을 운영해 온 김선자 할머님이 암 투병 끝에 눈을 감으셨습니다. ‘천 원은 돈이 아니라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으라고 내는 거야.’라고 말던 그 할머니, 이 분의 뜻을 따라서 주변 상인들이 천 원 백반집을 오래오래 운영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님, 전화로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회장님, 나와 계신가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네.

▷ 한수진/사회자:

예예. 안녕하세요. 지금 김 할머니 빈소를 지키고 계시다고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예.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많은 분들이 빈소 찾아주셨다고 들었는데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예.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유족들이 그렇게 고마워하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러세요. 그 분들이 다 한 번쯤은 천 원 백반집에 가셨던 분들일 거예요. 그럼 천 원 백반집은 장례 기간 내내 문을 닫았나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아니에요. 정말 김선자 할머니를 기리는 분들이 천 원 백반을 지금도 계속 찾고 계셔서 문을 닫을 수가 없고요. 또 끼니를 못 잇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천 원 백반에는 김선자 할머니를 기리는 추모의 글을 올리러 오시는 분들도 계셔요. 그래서 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손님들이 추모 글을 남기고 계시다고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천 원 백반의 벽에다 붙이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 손님들이 추모 글을 쓰시면 그 글을 벽에다 붙이고 계신다고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네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얘기들을 남기시던가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정말 고맙다는 글도 있고, 또 잘 자라는 글도 있고, 또 이렇게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켜달라는 것도 있고 너무나 많아서요. 다 말씀드리기는 그렇지만, 정말로 그 글 한 글 한 글들이 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아진 글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사실 천 원으로 백반을 먹는다. 상상도 못 할 일이잖아요. 김선자 할머님이 언제부터 이 식당을 운영하셨나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처음 시작한 것은 2010년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2010년에.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을까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그 분이 평소에 어려움을 당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다시 이렇게 살아날 수 있었는데,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당신이 받은 그 은혜를 다시 이렇게 갚고 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하고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한 번 해보자.’ 이렇게 한 것이 2010년부터 문을 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니까 본인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마음들이 정말 고마웠다. 이제는 돌려주고 싶다 해서 이 천 원 백반집을 열게 되셨다고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예.

▷ 한수진/사회자:

아 근데 참 천 원, 큰돈일 수도 있지만 사실 천 원 갖고 밥 한 끼 차린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왜 천 원으로 정하셨을까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천 원으로 당당하게 와서 ‘제대로 돈 다 냈다.’하는 당당함으로 식사를 드시라고. 꼭 돈이라기보다는 밥값을 제대로 치렀다는 당당함이 있어야 밥을 먹을 때도 따뜻하게 먹고 그 밥이 따뜻한 밥이 된다고, 이렇게 천 원으로 정했어요.

▷ 한수진/사회자:

하루 손님은 얼마나 오셨을까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한 100분 이내, 많을 때는 한 120분, 또 적을 때는 한 60명 정도 오시는 날도 있고 대중이 없어요. 평균 잡으면 한 100분 정도?

▷ 한수진/사회자:

사실 천원만 받으면 운영이 안 되는 거죠? 이렇게 상인 분들도 좀 도와주시고, 그래서 지금 운영이 된 거죠?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우리 상인만 도와주신 게 아니고요.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서 아주 꾸준하게 해주시는 몇 분이 계세요.

▷ 한수진/사회자:

아.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고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네네. 매달 정성스럽게 쌀 20kg를 두 포씩 보내주시는 한 분이 계시고요.

또 화장지를 매월 손님들 쓸 화장지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셔요. 그렇게 두 분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보내주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또 이제 더러는 무도 보내주시고, 배추도 보내주시고, 양파.. 가끔 이런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그 분들의 정성들이 다 모아져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아유, 말만 들어도 참 훈훈해지는데요. 이 할머니는 식당 운영하셔도 별로 번 건 없으실 것 같고요. 애초에 그런 마음으로 하셨다고 하는데, 생활하시는데 뭐 어렵진 않으셨을까 싶긴 하네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김선자 할머니는 당신 몸에다 쓰는 게 없어요. 전혀 쓰는 것이 없고, 정말 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다 내어놓고 가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자식들이 보낸 용돈으로 생활하시고 하셨을까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용돈도 천원백반 운영에 다 쓰지 당신한테 남겨둔 게 하나도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 단골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 혹시 기억에 남는 손님 분 계세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아파가지고 정말로 밥을 못 드셔서, 물도 안 넘어갈 정도로 힘이 드는데 여기 와서 된장국에다 밥을 먹으면 밥 한 그릇도 다 드신다고, 그렇게 먼 데서 차를 타고 오시는 분이 계세요. 그런 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된장국에다 ‘맛있다. 맛있다.’ 하시면서 드실 때는 눈물이 다 나요.

▷ 한수진/사회자:

그 분들에게는 정말 이 밥이 그냥 밥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할머님이 후계자를 찾고 싶어 하셨다고 들었는데 쉽지는 않으셨던 모양이에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네. 이 전에 후계자를 찾을 때 처음에는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막상 밥상을 차리자 그러니까 그냥 손사래를 치고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은 누구의 몫도 아니고, 우리 대인시장의 몫이다.

그리고 ‘대인시장을 사랑해주신 만은 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다.’해서 상인회에서 하고 있었고, 또 이제 김선자 할머니가 건강이 좋아지시면서 2014년부터 직접 천 원 밥집에 오셨거든요.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셨는데, 또 상인회에서 받아서 해야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대장암으로 쓰러지신 게 2012년쯤 됐는데, 그 이후에는 후계자를 좀 찾고 싶었지만 찾지 못하셨고. 주변 상인들께서 이렇게 돌아가면서 같이 하셨다. 운영하셨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래서 할머님의 유언도 ‘이 식당 꼭 남겨달라.’ 이 말씀이셨다면서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네. 임종 한 이틀 전에 굉장히 예쁜 얼굴로, 제가 장난을 쳤어요. 얼굴이 참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말끝에 그러더라고요. ‘나는 당신이 있으니까 천 원 밥집 믿고 가. 없는 사람들 배불리 먹게끔 해줄 줄 알고, 나는 믿으니까.’ 그러면서 그렇게 빨리 승천할 줄은 몰랐어요. 그때는 농담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때가 그렇게 저한테 하던 마지막 말이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건강을 회복하실 줄 알았는데, 아유 참.. 근데 꼭 이 밥상, 이 식당 꼭 지켜달라는 말씀을 하셨나는 말씀이시고, 믿고 가신다.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예예.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약속하셨어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그렇지요.

▷ 한수진/사회자:

아, 참.. 함께 하는 세상에 천 원 식당, 꼭 필요한 식당인 것 같습니다. 오늘이 할머님 발인이시잖아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네네. 조금 있으면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참.. 그 와중에 이렇게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할머님 보내드리면서 혹시 꼭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방송에서 좀 하시지요.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김선자 할머님은 우리 곁을 떠났어요. 평안히 정말 잠들었고요. 마지막 갈 때까지도 정말 평안한 모습으로 그렇게 갔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그 분한테 있는 모든 것을 다 우리한테 내어주고 갔어요. 그 분을 기리는 마음 갖고 계신 여러분들한테 정말 감사하고요. 또 이렇게 같이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제가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그 분이 밥상을 차리는 것이 나라에서 아니면 시에서 돈을 엄청나게 줘서 ‘많은 돈을 자기가 가지고 있으면서 찔끔찔끔 천 원 밥상을 차린다.’ 이렇게, 정말 너무나 그 분에게 가슴 아픈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요. 이 기회에 꼭 말씀드릴게요. 김선자 할머니는 천 원짜리 하나라도 더 주시는 분은, 지금 김선자 할머님 천 원 밥집에 오시면 다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 벽에 다 기록이 되어 있어요. 단 천 원도 속이지 않고, 숨기지 않고, 다 드러내놓고, 누가 준 돈들도 다 이렇게 내놓고 가셨어요. 그 분이 욕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분의 진짜 아름다운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게 해주세요.

▷ 한수진/사회자:

예예.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정말 부탁드리고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정희 회장/광주 대인시장 상인회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광주 동구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님과 말씀 나눴습니다.

천 원 밥상 물려주고 떠난 고 김선자 할머님의 명복도 함께 빕니다.

▶어렵고 힘든이 식당 '천원 백반집' 주인 김선자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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