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장 어쩌나"…고민 깊어지는 완성차 업체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러시아 생산 중단 결정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루블화 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 시장으로 수출을 해봤자 오히려 손실이 나는 구조이지만 그렇다고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도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2개월 동안 국내 완성차업체의 수출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 감소한 46만209대에 그쳤습니다.

주요 업체의 주력 모델 노후화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된 요인도 있으나 러시아를 필두로 한 신흥시장 부진이 수출 감소의 직격탄이 됐습니다.

가령 쌍용차의 경우 올들어 러시아에 단 1대도 수출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1∼2월 2개월간 러시아 수출물량이 3천155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7% 감소했고, 기아자동차는 1천744대로 72.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1루블당 30원가량이던 환율이 현재 약 18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탓에 러시아에 차를 팔아봤자 도저히 손익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에 수출해봤자 제값의 반도 건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서방 업체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렸다"며 "수출 물량을 확 줄이고 있으나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다고 시장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한 처지"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서방 자동차 업체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 업체인 제너널모터스(GM)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동차 조립 공장의 가동을 올해 중반부터 무기한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습니다.

역시 미국 업체인 포드도 판매량이 급감하며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부분 조업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강화되던 작년 8월부터 최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러시아 중부 칼루가에 있는 공장을 멈춘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현지 공장에서 만드는 전략 모델인 쏠라리스(현대차), 리오(기아차)의 생산을 평소 수준으로 유지한 채 가격 인상폭을 제한하면서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한국에서 만든 차를 수출을 하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 당분간 러시아에서는 현지 생산 차량인 쏠라리스, 리오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라며 "다른 글로벌 업체처럼 현지 공장 생산량을 감산할 계획은 아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얼어붙은 국면이라 러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임할 수는 없으나 시장 상황이 언제 다시 좋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딜러망 관리 차원에서라도 현지 판매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1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모스크바에 현대차 브랜드 전시관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를 개관한 것도 당장의 시장은 어렵더라도 미래를 대비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는 역발상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쌍용차의 경우 당분간 시장을 예시주시하면서 수출 재개 시점을 타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현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환율과 관세 때문에 완성차를 수출할 수도 없는 구조"라며 "수출 재개를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현지 파트너를 통해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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