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목 쏠린 중국 주도 AIIB…G2 역학변화 산물


중국 주도로 창설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연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문패'도 걸지 않은 국제금융기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데는 이를 둘러싸고 세계의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AIIB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처음 제안했다.

시 주석이 이를 제안한 데는 자국의 안방인 아시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미국 주도의 금융질서를 견제하고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다.

중국 정부는 약 1년간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열어 자본금 50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AIIB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체결식에 참가한 창립 회원국은 중국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및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9개국 등 총 21개국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AIIB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경제대국 또는 선진국들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중국 역시 한국과 호주, 인도네시아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이 참가해 주기를 강력하게 희망해 왔다.

경제력이 큰 국가가 참여하지 않고서는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버금가는 국제금융기구로 발전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최근 몇 달 사이에 크게 반전됐다.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가입함으로써 올 1월 초에 총 26개국으로 늘어난 회원국 규모는 마감 시한인 3월 말이 다가오면서 유럽 선진국으로 확대됐다.

영국이 지난주 참여를 선언하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3개국도 성명을 내고 AIIB의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이들만 포함하더라도 3월 말을 기준으로 창립회원국은 총 31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AIIB는 중국이 대부분을 부담한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로 출발해 향후 각국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 규모가 1천억 달러로 늘어날 예정이다.

AIIB는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이사회, 집행이사회, 사무처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미국은 AIIB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자국 주도의 금융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판단, 동맹국이나 우방들의 가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 왔다.

미국은 AIIB가 깨끗한 정부와 환경 기준 같은 이슈들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보다 덜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럼에도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미국의 반대 분위기에도 AIIB 가입을 결정한 데에는 미국과의 '의리'보다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7일 분석기사에서 "중국의 돈 자석이 미국 우방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면서 AIIB가 21세기 미중간 권력이동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유사한 평가를 내놨다.

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AIIB와 관련, "국제질서의 전환, 역학구도의 미세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해 부상하는 중국과 '슈퍼파워'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는 미국의 현주소가 투영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반대 속에 AIIB의 지배구조 문제와 세이프가드 등의 조건을 놓고 중국과 의견차를 보여 지난해 10월 MOU 체결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AIIB 가입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이달 말 전에 가입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AIIB는 이달말 까지 창립 회원국을 받아들인 뒤 조만간 임원진을 선임하고 공식적으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자본금 500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지분을 갖고 투자·대출 등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사회의 기준을 강조하는 유럽 선진국들이 가입한 것으로 볼 때 중국이 기존에 내걸었던 가입 조건 등에서 변화를 준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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