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허덕이던 20대 지체장애인이 관공서 앞에서 분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최근까지도 성실히 직장생활을 해 온 그는 빚 독촉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19일) 오전 6시 8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소방서 남부119센터 앞에서 이 모(27)씨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불은 이 씨가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꺼졌습니다.
불꽃을 목격하고 밖으로 뛰쳐나온 남부센터 근무자는 이 씨를 1층 장비세척실로 데려가 물로 세척했습니다.
이 씨는 다행히 숨지지 않았지만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분신하기 전인 오전 5시 42분 이 씨는 119로 전화를 걸어 "분신을 하려고 기름을 샀다. 위치는 알려줄 수 없고 시체만 처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최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수차례 "분신하겠다"며 자살소동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3일 이 씨는 국민신문고에 "빚이 많고 빚 독촉이 심하다. 더이상 답이 안나온다. 분신하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씨의 민원은 수원서부경찰서로 넘어왔고 상황실 근무자 허필재 경감이 당일 오후 9시 30분 이 씨를 만나 상담했습니다.
허 경감은 "이 씨는 빚으로 인해 경제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자 심리적 압박감이 심했던 것 같다"며 "다행히 대화가 잘돼서 개인회생절차를 밟던 중이었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허 경감이 알게된 바로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장사를 시작했다가 5천만 원가량 빚을 지게된 이 씨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 검지부터 소지까지 네개 손가락이 한 마디만 남고 모두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지체장애 5등급을 받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혜택은 월 5만 원 안팎의 수당이 다였습니다.
이후에도 철거업체에 다니며 성실히 직장생활을 해 온 그는 최근들어 심해진 빚 독촉에 못이겨 3년이나 다니던 직장을 이달 초 스스로 그만뒀습니다.
도움을 얻기 위해 동사무소와 법률구조공단을 다니며 상담했지만, 희망이 없다고 느낀 이씨는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던 것입니다.
허 경감과의 상담을 통해 마음이 다소 안정된 것으로 보였던 이 씨는 다음날인 14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근처에서 "분신을 하겠다"며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허 경감은 정식 사건이 아닌데도 그냥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이 씨의 멘토를 자처해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이후 하루 수차례씩 연락하고, 비번날 만나면서 개인회생절차 지원은 물론 지인을 통해 직장까지 알아봐주고 있던 중 오늘 오전 수원남부서 경찰관을 통해 이씨의 분신소식을 전해듣게 됐습니다.
허 경감은 "이 씨 휴대전화에서 내 전화번호가 있어 남부서 직원들이 내게 연락한 것 같다"며 "손가락을 거의 잃고도 살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에 더 돕고 싶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