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사업자 회장 선거 비리로 얼룩…돈 뿌리고 당선


화물차 사업자들의 전국 조직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전화련의 회장 선거에서 억대의 금품을 주고받은 회장 당선자와 관계자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 시행된 전화련 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사장들에게 총 1억 5천여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전 회장 59살 황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황 씨로부터 현금 1억 원과 상품권 200만 원을 받은 지역 시도협회 이사장 64살 정 모 씨 역시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으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지역 시도협회 이사장 3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황 씨는 지난해 1월 법인 카드로 2천만 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뒤 정 씨 등 3명에게 200만 원씩을 뿌렸습니다.

정 씨에게는 추가로 현금 1억 원, 또 다른 시도협회 이사장 56살 김 모 씨에게는 지 모 씨를 시켜 현금 5천만 원을 각각 줬습니다.

황 씨는 이 같은 금품 살포를 통해 실제로 회장에 당선됐지만,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0월 사임했습니다.

전화련은 전국 18개 시도지역 화물자동차운송협회의 전국 연합체로 가입 회사만 1만여 곳에 화물차 20만 대가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그러나 회장 선거에서는 전국 시도협회 이사장 18명과 회장 1명 등 19명만이 투표권을 가진 데다가, 일반 회원이 연합회장에 입후보하려면 시도협회 이사장 2명의 추천을 필요로 해 사실상 현직 시도협회 이사장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독점하는 구조였습니다.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연간 2억 원에 달하는 판공비와 산하 화물자동차공제조합의 인사권을 가지는 등 각종 이권이 상당해 이 같은 비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 같은 구조의 특성상 그동안 전화련 회장 선거에서 금품수수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며, 당선되려면 10억 원을 뿌려야 한다는 소문까지 파다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7년 전화련 선거에서도 시도협회 이사장 6명에게 적게는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5천만 원을 뿌린 비리가 적발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선거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전화련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정씨가 황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을 두고 빌린 돈이라고 말을 맞추기 위해 A4 용지 3장 분량으로 써 둔 '시나리오'를 발견해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경찰은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유사한 선거 구조를 가진 민간 직능단체 선거의 비리도 엄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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