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화학무기' 되살아나는 쿠르드 할라브자 악몽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쿠르드군(페쉬메르가)과 전투에서 화학무기의 일종인 염소가스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예민해졌다.

페쉬메르가는 14일 IS가 이라크 북부 전투에서 염소가스가 든 통을 폭파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16일에도 다른 곳 2곳에서 염소가스 공격이 벌어져 실제로 병사들이 이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페쉬메르가는 해당 전투 지역의 흙을 채취해 유럽의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들은 이를 조사해야 할 국제단체가 IS의 화학공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파장을 우려해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이 이 문제에 특히 민감한 까닭은 화학무기의 비인도적 피해뿐 아니라 현재 쿠르드 자치지역인 술라이마니야 주(州) 할라브자에서 1988년 벌어진 화학탄 공격 탓이다.

할라브자는 이란과 국경지대에 있다.

이란-이라크전 막판이던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곳의 반정부 쿠르드족이 이란과 손잡고 독립을 도모한다면서 1987년부터 안팔(전리품) 작전을 개시한다.

안팔 작전은 쿠르드족을 말살하기 위한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군은 1988년 3월 후세인 정권에 반대하는 쿠르드족 게릴라의 근거지였던 할라브자에 신경가스의 일종인 사린, VX 등을 대량 살포한다.

이 사건으로 할라브자 주민 5천여명이 몰살됐고 7천여명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국제 인권단체에선 사망자 중 75%가 전투와 무관한 여성과 어린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할라브자에 대한 무자비한 화학무기 공격을 주도한 장본인은 후세인의 사촌 알리 하산 알마지드(2010년 사형)로, 이 공격 이후 '케미컬 알리'라는 악명이 붙었다.

인명 피해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이 학살사건에 연관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공교롭게 페쉬메르가가 2건의 추가 염소가스 공격을 주장한 16일이 할라브자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진 지 꼭 27년이 되는 날이었다.

할라브자 비극의 상처를 여전히 안고 사는 이라크 쿠르드족으로선 IS의 염소가스 공격은 27년 전의 고통이 되살아나는 악몽이나 다름없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다.

KRG는 16일 할라브자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희생된 동족을 추도하는 27주기 행사를 열었다.

KRG는 지난달 자체로 할라브자를 시(市)에서 네 번째 주로 독립시켰다.

KRG는 16일 낸 성명에서 "할라브자의 주 승격은 단지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KRG가 이곳을 경제·사회·문화 측면에서 견고하게 개발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할라브자는 쿠르드족의 강력한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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