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국과 대립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격려하는 공개편지를 썼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에 17일(현지시간) 공개된 편지에서 피델은 "베네수엘라는 언제나 평화롭고 문명화된 방식으로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미국의 위협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어떠한 제국주의 행위를 한다고 해도 과거 오랜 기간 해온 것처럼 무력에 의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작년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 사태 때 인권 유린 행위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베네수엘라 군부와 정보기관의 고위 관리들에 대한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제한 등 추가 제재를 최근 시행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피델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정신적으로 무장된 군대의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쿠바 정부는 이에 앞서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주권을 가진 국가의 내정에 간섭할 어떠한 권한도 없다"며 베네수엘라를 지지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자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에게 대거 출국할 것을 통보하는가 하면 미국인 관광객의 비자 면제 혜택을 박탈했다.
또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의회의 승인 없이 법령을 공포할 수 있는 특별 통치 권한을 부여받았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내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고 베네수엘라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중남미 좌파 국가의 결성체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이 미국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했다.
한편, 16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는 로베르타 제이콥슨 미국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와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부 미국 담당 국장이 외교 관계 정상화 3차 협상을 벌여 하루 만에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측은 비공개 협상을 마친 뒤 전문적이고 생산적인 차원에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협의가 진행됐으며, 향후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1,2차 협상과는 달리 기자회견도 없이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