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 "다자금융체제서 미국 영향력 도전 직면"

동맹들의 잇단 AIIB 동참에 미국 주도권 약화 우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국제 다자 금융기구 체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신흥 세력(rising power)에 도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동맹이 참여하기로 하는 등 국제 금융 체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하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루 장관은 이날 하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낸 서면 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자 금융 체제에서 '신인 선수'(new players)들이 미국의 지도력에 도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의회가 국제통화기금(IMF) 쿼터(출자할당액) 개혁안 등을 즉각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 장관은 "동맹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IMF나 다른 다자 금융기구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며 "미국의 국제 신뢰도와 영향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IMF 쿼터 개혁안은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IMF 재원을 7천200억 달러로 두 배로 확대하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국(이머징마켓)의 지분율을 높이는 게 핵심 내용이다.

지분율은 IMF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크기, 다시 말해 투표권을 좌우한다.

신흥국의 목소리를 높여주면서도 미국 지분율이 17.4%로 여전히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특히 IMF의 주요 정책 결정이 85%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거부권도 그대로 갖게 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국제사회는 미국 의회에 수차례 개혁안을 인준하라고 촉구해왔다.

그럼에도, 공화당은 미국의 공여액은 늘어나는 데 반해 지분율이 떨어지면서 IMF 내 영향력이 축소된다는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루 장관의 발언은 중국이 AIIB를 추진하고 여러 국가가 이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게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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