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강릉 빙속경기장 1300억 원짜리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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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조정위원회가 강원도 강릉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 현안 가운데 평창 조직위가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 바로 경기장 사후 활용입니다. 현재 피겨-쇼트트랙 경기장과 여자 아이스하키가 열릴 아이스하키2 경기장 정도만 구체적인 활용 방안과 관리 주체가 확정된 상황입니다. 평창 썰매경기장과 정선 스키 활강경기장은 일반인이 이용하기 힘든 종목 특성상 올림픽 이후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뾰족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후 활용 방안을 놓고 가장 시끄러운 것이 바로 강릉에 들어서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입니다. 이 경기장 건설비의 75%를 부담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25%를 내는 강원도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공사와 올림픽 이후 운영 관리를 맡게 될 강원도는 복합 테마파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스노우-워터파크 등 사계절 실내 복합 테마파크로 개조해 운영하자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국내 모 업체가 강릉시에 제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테마파크로 개조한 뒤 1년에 약 25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해 연간 50억∼60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복안입니다. 이 업체에 따르면 복합 테마파크가 지어지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유동 인구가 적은 위치적 특성상 상업성이 거의 없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복합 테마파크를 지을 경우 막대한 운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몇 년 안에 파산할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습니다. 문체부의 대안은 2가지입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완전 철거하든지 아니면 국가대표 훈련 시설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실무진은 철거를, 고위 간부들은 훈련 시설 활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종 제2 차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엄청난 금액을 들여 지은 경기장을 20여 일만 사용하고 철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장을 일부 축소해 대표 선수 훈련 시설을 활용하는 등 동계 스포츠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국내 선수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 외국팀 전지훈련까지 유치할 수 있다. 또 올림픽 유산(Legacy)란 차원에서도 철거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완전 철거를 주장하는 관계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가대표 시설로 활용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 간부들도 이 점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경기장만 있다고 해서 훈련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대표가 제대로 훈련을 하려면 숙소, 식당, 의료진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또 강릉은 위치적으로 너무 멀다는 약점이 있다.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이 앞으로 10년은 더 쓸 수 있는데 굳이 태릉을 버리고 그 먼 강릉까지 갈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원주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등록된 대학 이상 성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모두 235명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국가대표를 비롯해 유망주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태릉이 강릉보다 훨씬 편하다는 뜻입니다. 대한체육회 요구대로 숙소, 식당, 의료진을 다 구비한 채 훈련하려면 연간 운영비가 5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정부의 예산, 즉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합니다. 효용성이 이렇게 떨어질 것이 뻔하니 아예 완전 철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낫다는 판단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재설계에 들어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오는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건설될 예정입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경기장이 나중에 완전 철거될 것인지, 아니면 재활용될 것인지를 미리 알아야 실제 본 공사에 반영할 수 있고 불필요한 건설비도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문체부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기획재정부, 대한체육회, 강원도청, 강릉시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사후 활용 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입니다.

당초 건설 계획안에 따르면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400m 트랙에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지어지고 8,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국비 983억 원, 지방비 328억 원 등 모두 1,311억 원이 투입됩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지어진 경기장들은 대부분 대회 이후 운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애물단지’가 돼버렸습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문체부와 강원도는 이런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사후 활용 방안 결정에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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