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저격수' 멕시코 방송인 해고에 '시끌'

"언론 자유 중대한 침해" 방송계 반발


정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으로 유명한 멕시코 여성 방송 진행자 카르멘 아리스테기(51)가 소속사로부터 해고되자 멕시코 방송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리스테기의 소속사인 MVS라디오는 15일(현지시간) 자신의 팀에 소속됐던 기자 2명에 대한 복직을 요구하는 아리스테기를 해고했다.

아리스테기는 자신이 방송사에 계속 남아 일하는 조건으로 해고된 2명을 복직시키라는 '최후통첩'을 사측에 했으나 MVS라디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리스테기의 팀에서 일했던 기자 2명이 어떠한 이유로 해고됐는 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MVS라디오가 이들 2명의 해고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허락 없이 회사 명의를 이용해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웹사이트인 '멕시코리크스'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멕시코리크스는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표방한 사이트로 멕시코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결성했다.

특히 아리스테기가 해고된 기자들을 데리고 이끈 추적보도팀은 작년 11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부인인 앙헬리카 리베라의 고가 주택 부정 취득 의혹을 파헤쳤기 때문에 이들의 해고에 '정부의 압력'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리베라는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멕시코 주의 고급 주택가에 있는 70억 원대 상당의 호화 주택을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전인 2012년 1월 멕시코 주지사로 있을 때 한 주택업체로부터 담보를 얻어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가 멕시코시티와 산업도시인 케레타로를 잇는 고속철 사업자로 선정된 중국 기업 주도의 컨소시엄에 참가한 멕시코 건설업체의 관계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멕시코 정부는 세간에 의혹이 불거지기에 앞서 컨소시엄 계약을 일방적으로 철회했고,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직후 중국을 방문했다가 리커창 중국 총리 등으로부터 면전에서 원망을 들었다.

리베라는 은행에 대출하지 않고 알짜 관급 공사를 여러 건 수주한 건설업체의 관계사로부터 직접 돈을 빌려 거액을 집을 사들인 사실에 대한 해명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집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리베라가 동영상을 통해 집을 매각하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결혼 전 소속돼 일했던 방송사인 텔레비사에서 1천만달러를 벌었다고 밝히자, 멕시코 연예계와 미국 할리우드 등에서조차 "할리우드 집어치우고 텔레비사에 돈 벌러 가자"는 등의 비아냥거림이 빗발쳤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리베라의 부정 취득 의혹이 잘못된 소문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재산 목록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루이스 비데가라이 재무장관도 같은 업체에서 담보로 고가 주택을 사들인 사실이 잇따라 폭로됐다.

작년 9월 게레로 주 이괄라 시에서 시위를 벌이던 교육대 학생 43명이 경찰과 결탁한 갱단에 끌려가 집단으로 살해된 사건으로 페냐 니에토 정부의 인권유린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이 높은 가운데 아리스테기가 폭로한 이 의혹은 정권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트렸다.

2012년 말 집권 이후 정치, 교육, 세제, 에너지 등 분야의 초당적인 개혁을 이끌어 내 '멕시코를 구하는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고 미국의 시시주간지 타임의 표지 인물을 장식하기도 했던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공'은 빛이 바래고 '과'만 두드러지는 상황에 놓였다.

집권 2년 맞은 작년말 주요 일간지들이 발표한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지지율은 39∼41%로 1995∼1996년 집권한 에르네스토 세디요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낮았다.

아리스테기는 4년 전에도 MVS라디오에서 한번 해고됐다고 복직된 적이 있었다.

그는 2011년 2월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 정권 말기에 방송을 진행하면서 "대통령이 알코올 중독 상태라는 얘기에 대해 정부가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사측은 아리스테기가 근거 없는 소문을 뉴스로 취급해 윤리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아리스테기는 당시 한 야당의원이 칼데론이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의회에 내 건 사건을 방송에서 취급했다.

칼데론 대통령측은 지난 4년간 건강 문제로 공식 행사에 빠진 적이 없고 하루 평균 7건의 행사를 소화할 정도로 건강하다고 밝히면서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해명했다.

아리스테기는 칼데론 정부가 사과 방송을 하라고 압력을 넣었으나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사측이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MVS라디오는 이후 청취자들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아리스테기와 공동 성명을 내면서 "애청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 손잡기로 했다"며 2주 만에 복직시켰다.

이번에 다시 아리스테기가 해고된 것도 결국 발단은 정권 최고 지도층과 연관된 사안을 다룬 데 따른 것이다.

그의 복직이 불투명한 가운데 일부 방송 인사들은 MVS라디오와의 계약을 끊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SNS에서는 복직을 청원하자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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