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요청권' 첫 발동…공정위 '기업 봐주기' 제동


검찰총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SK건설의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 혐의를 고발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오늘(16일) 알려지면서 법률에 규정된 검찰의 '고발요청권'에 관심이 쏠립니다.

검찰의 이번 고발요청권 행사는 지난해 1월 시행된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조치입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비위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검찰총장이 공정위에 고발을요청하면 반드시 고발에 응하도록 의무 규정을 뒀습니다.

검찰이 고발을 요청하더라도 공정위가 재량에 따라 거부를 할 수 있었던 종전 공정거래법에 고발을 강제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입니다.

검찰의 '고발요청권'은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도에 대한 보완책으로 1996년 도입됐습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 등에 대한 고발권을 독점한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자, 검찰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쪽(공정거래법 71조3항)으로 법을 개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검장·수사검사 등의 실무적인 수준의 요청만 있었을 뿐 검찰총장 명의의 공식 고발요청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요청을 한다 해도 공정위 재량으로 거부가 가능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그 뒤 2012년 공정위가 4대강 입찰 담합을 저지른 건설사들에 1천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고발은 하지 않자 '고발요청권'의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공정위의 '기업 봐주기'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듬해 6월 국회는 검찰뿐 아니라 감사원·조달청·중소기업청에도 고발요청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요청이 있을시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공정위에 대한 검찰총장의 첫 강제적 고발요청권 행사는 최근 정부가 강조한 '부정부패 척결' 기조와 맞닿아 있어 주목됩니다.

지난주 이완구 신임 총리는 첫 대국민담화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부정부패 처단에 검찰 역량을 집중해달라"며 대검찰청에 공문을 내려 보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전에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하면서 형사제재를 받아야 할 기업이 수사를 피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개정 공정거래법의 시행으로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 대한 감시의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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