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13년간 닭장에 아들 가둔 엄마…눈물의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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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의 남자 친구가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딸을 6년째 돼지우리 같은 곳에 감금해 둔 후베이성의 비정한 부모의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 그 사건에 비견할 만한 일이 이웃한 후난성에서 일어났습니다.

▶ [월드리포트] "남친 맘에 안 든다" 6년간 친딸 감금 비정한 부모

후난성 사오양시의 시골 마을에 사는 청씨 할머니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탕슈앙창, 1968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는 올해 48살이 됐습니다. 평범했던 아들은 스물 세 살이던 1991년, 동네 아가씨와 사랑에 빠집니다. 많이 배우거나 큰 돈을 버는 건 아니었지만 건강했고 착실했던 탕은 그 아가씨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아가씨는 더 큰 세상을 원했고 탕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느 날 작별 인사도 없이 대도시로 훌쩍 떠나가 버렸습니다.

갑작스런 실연의 충격에 탕은 너무 크게 낙심했고 두문불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처지를 딱하게 바라보던 엄마는 '며칠 그러다 말겠지'하며 모르는 척 내버려뒀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바람과 달리 아들은 좀처럼 실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우울증이 깊어지더니 걱정하는 부모는 물론 가끔씩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무슨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탕씨 네 집을 피해 다녔습니다.

사회생활이 도저히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자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병원 입원과 퇴원이 반복됐습니다. 그러던 중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나마 수입원이었던 아버지의 죽음 뒤 가정 형편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아들에 대한 치료도 중단됐습니다. 온전치 못한 아들을 홀로 돌봐야 했던 엄마는 하루하루가 힘에 부쳤습니다. 아들은 입을 다문 지 오래됐고 자신의 한을 풀기라고 하려는 듯 엄마를 볼 때마다 닥치는 대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졸지에 남편을 잃고 또 하나뿐인 아들은 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악몽같은 삶이 계속되면서 엄마의 심신은 지쳤고 결국 고혈압에 쓰러지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자기 살기에 바쁜 나머지 동네 사람 누구도 이들 모자에게 도움을 손길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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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견디다 못한 엄마는 13년 전인 2002년 어느 날 아들을 집 뒤편에 있는 닭장 안으로 유인한 뒤 열쇠로 잠가버렸습니다. 6세제곱미터 크기의 닭장 안 에 아들을 가둔 엄마는 죄책감과 안쓰러움에 하루에도 몇 번씩 풀어줄까 말까 망설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일하러 나가야 했고 그 시간동안 아들을 돌 볼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다보니 어느덧 1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동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탕씨 네 미친 아들은 잊혀져갔습니다. 

모처럼 만에 고향에 모인 탕의 어린 시절 친구들이 종적을 감춘 탕을 궁금해했고 친구들은 작심하고 탕의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당황해하는 엄마를 뒤로 한 채 친구들은 어렵지 않게 집 뒤켠 어두컴컴한 닭장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마구 자란 장발의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얼굴은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분명 13년 전 사라진 탕이었습니다. 이미 오래전 실어증에 걸린 듯 탕은 13년간 갇혀 있던 닭장 밖으로 나온 뒤에도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비좁은 닭장 안에는 건초 더미와 붉은 색 비닐봉투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엄마가 끼니마다 닭장 철장 사이로 탕에게 건네 줬던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들이었습니다.

엄마는 체념한 듯 자신을 법에 따라 처벌해 달라고 아들의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모두의 안전을 위해선 그 길 밖에 없었다며 칠순을 바라보는 엄마는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죄 값을 치르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자기가 죽고 난 뒤 누가 아들을 돌봐줄 지 그게 걱정이라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아들 친구들은 엄마를 위로하며 탕의 앞날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탕과 엄마 두 사람은 지방 정부의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1년에 3천 위안, 우리 돈 50만 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가장이었던 아버지의 사망 신고와 홀로 된 엄마의 나이, 미혼인 아들과 엄마의 동거 사실 등을 고려해 자동적으로 책정된 이 복지 혜택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복지 담당 공무원은 단 한 번도 탕씨 집을 찾아오지는 않았고 이 가정의 어려움은 외부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피하기에 급급했을 뿐 그저 무심했습니다.

연간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막바지에 다다른 요즘 중국 정가에서는 '신창타이'라 불리는 중저속 질적 경제 성장에 관한 논의나 강군 육성책, 반부패 개혁 등 다채로운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토론과 대안 찾기가 한창입니다. 연일 각급 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의 발언이 톱 뉴스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의 성찬이지만 '소문 난 잔치에 정작 먹을 게 없다'고 미흡하기만 한 중국의 사회 복지 수준을 끌어 올릴 획기적인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로 30% 를 넘어선 우리나라는 물론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비할 바가 못 됩니다. 광활한 영토와 14억이나 되는 거대한 인구를 가진 대국이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허술한 사회안전망이라면 모래알 채 빠져 나가듯 사회는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10년간 100만 달러 이상 중국 부유층의 15%가 이민을 떠났거나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사실의 의미를 중국 정부는 깊이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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