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죄 조직 무색하게 만든 멕시코 연방경찰

200만달러 요구 사업가 납치에 가담한 20여명 체포


멕시코 동북단의 한 도시에서 사업가를 납치해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에 연루된 연방경찰이 2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안보위원회는 미국 텍사스와 접경한 타마울리파스 주 마타모로스 시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연방경찰관 7명을 추가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언론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지난 7일 지역의 사업가를 납치한 뒤 풀어주는 대가로 200만 달러를 요구한 연방경찰관 14명이 체포된 데 이어 관련 사건에 연루된 경관이 또 검거됨으로써 접경 지역의 부패한 치안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올해 초 지역의 치안 강화를 위해 파견된 경관들이다.

이번 사건은 지방도시나 주 경찰관에 비해 그나마 '깨끗'하고 사명감이 있다는 연방경관조차 공공연하게 범죄에 연루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멕시코 동부에서 북부의 미국 접경까지 길게 뻗은 타마울리파스는 마약 밀매를 둘러싸고 잔인하기로 악명이 높은 갱단 '로스 세타스'와 '걸프'가 유혈 경쟁을 펼치는 곳이다.

이들 조직은 미국 밀입국 알선 사업과 함께 지역에 수천 ㎞나 뻗어 있는 송유관의 기름 절도 등 불법행위에도 손을 대고 있다.

이 지역은 멕시코에서도 치안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연방정부는 치안군을 특별 파견해 분할관리하고 있다.

치안 일선에 파견된 연방경관이 사업가를 납치해 돈을 뜯어내려는 범죄를 자행한 것은 치안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먹칠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체포된 경관들이 지역의 범죄조직과 결탁했는지 등에 대해 당국은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멕시코 경찰이나 치안군이 인권 유린 행위를 서슴지 않거나 범죄조직과 결탁함으로써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은 사례는 최근 자주 일어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 9월 게레로 주 이괄라 시에서 시위를 벌이던 교육대 학생 43명을 경찰이 결탁한 갱단에 '처치'하라고 넘긴 사건이다.

이들은 갱단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결론이 났고, 지역 경관과 행정 관리 등 70여명이 체포됐다.

같은해 6월에는 멕시코 주 틀라틀라야 시에서 치안군이 마약조직과 교전을 벌이던 중 투항한 갱단원 15명을 즉결 처형하고도 교전 중 사살했다고 거짓 발표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의 비난 여론이 비등했으나 멕시코 연방검찰의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작년 말 전국 1천800개 지방도시의 경찰을 해체하고 주 정부의 경찰이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 치안개혁법안을 마련해, 우선 범죄 발생률이 높은 타마울리파스, 게레로 등을 대상으로 내년 이후부터 실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 정부 경찰도 갱단의 매수와 위협에 취약하고 자체 감찰을 감당하는 부서가 거의 미비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불거져 나왔다.

이러한 회의론에는 무엇보다 경찰을 믿지 않는 멕시코 국민의 불신이 깔렸다.

실제로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치안개혁법안에는 국민의 39%가 지역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멕시코 지방경찰의 40%는 월급여가 4천600페소(36만원) 수준이고 대부분이 중등교육 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연방경관들이 금품을 뜯어내려는 목적으로 사업가를 납치한 범죄에 집단으로 연루한 이번 사건은 지방과 주 정부의 경찰뿐 아니라 나라 전체 경찰 조직에 대한 대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정부에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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