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공 개혁" 외쳐 놓고는, 낙제 공기업에 낙하산 더 보내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올해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우리의 어려움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며, 구조개혁을 통해 근본 처방을 할 때 미래 세대에 건강한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게 2015 신년구상의 요지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대책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된 건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이었다. 박 대통령은 “공공부문 개혁은 모든 개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핵심역량 위주로 기능을 재편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내면 효율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정상화는 뭘 의미할까. 박대통령은 24조원의 부채가 줄고, 향후 5년 간 1조원의 복리후생비가 절감된 것을 성과로 꼽았다. 공공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정상화라고 말하고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3년차, 모든 공공기관은 이 두 가지를 제고해야할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현재 우리나라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은 302곳. 정부 사무를 효율적으로 하라고 업무별로 세분화된 조직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나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31곳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공기업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그 결과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게 존재 이유다. 비단 공기업뿐 아니라, 각종 진흥원이나 평가원, 시험원 역시 분야별로 복지 확대나 삶의 질 향상에 전념하라고 만든 조직이다. 전문성 있는 경영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출범 2주년. 어느 정부보다 공공기관 개혁을 외친만큼 전문성 있는 인사가 있었을 거라 예상했다. 낙하산 인사의 규모는 물론, 전문성 없이 임명된 정치권 인사도 적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예상은 현실과 달랐다.

전국 공공기관에선 임원 물갈이가 86%이상 진행됐다. 당연직 제외 1,859명 가운데, 정치권 등 낙하산 인사는 318명. 전체 임명직 임원의 17.1%였다. 이명박 정부 동기 대비 29.8% 많은 규모다. 이들의 이력에서 공통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코드는 ‘정(政)피아’. 약 93%가 국회의원 출신이나 그 보좌관, 당료 또는 정치인 박근혜의 싱크탱크로 분류할만한 전문가 그룹에 속했다. (SBS 탐사보도팀은 2월 24일 SBS뉴스토리에서 취재 내용을 보도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공공기관 임원중에 정피아가 많다는 게 왜 문제일까. 논공행상과 보은 인사로 해당 기관에 낙점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통령 당선을 위한 캠프 활동이나, 새누리당에 헌신한 정당인이 일종의 포상으로 임명장을 받는 것이다. 포상이 우선이고 전문성은 뒷전이다.

정부 경영평가 5단계 가운데 D등급과 최하위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만 놓고 보면 어떨까. 지난해 발표된 2013년 경영평가에선 D등급 11곳, E등급 19곳이다. 경영 전문가가 절실한 이들 낙제 공공기관의 낙하산 실태는 좀 낫지 않을까.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방만경영중점기관 선정에 이어, D등급을 받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엔 육사 출신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김성회 씨가 기관장 임명장을 받았다. 그를 포함해 신규 임원 11명 가운데 4명이 정치권 인맥이었다. 대선 캠프 출신 최회원 이사(2012년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 지방 당료 출신 이보희 이사(새누리당 광주시당 부위원장), 싱크탱크 전문가 그룹 출신 홍성걸 이사(2004~2006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가 그들이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역시 D등급인 한국관광공사는 9명 가운데 4명(44.4%)이 새누리당이나 캠프 소속 인사였다. 우선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윤종승(자니윤) 씨가 감사를 맡았다.(그의 전임자인 임용혁 감사 역시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으로 정피아에 속한다.) 기관장인 변추석 사장도 역시 캠프 인맥. 대선 선대위 홍보본부장에 이어, 박대통령 당선인 시절엔 비서실 홍보팀장을 맡았다. 친박단체인 무궁화희망연대 사무총괄단장 출신 박승만 이사,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출범준비위원 출신인 임상택 이사도 관광공사에 낙점된 낙하산 인사들이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오프라인 - SBS 뉴스
공공기관 낙하산 뉴

이밖에도 E등급 한국석탄공사엔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출신인 황천모 감사 등 신규 임원의 50%가, 같은 등급 한국철도공사엔 27%인 4명이 정피아 출신이었다. D?E등급 30개 기관에 새로 임명된 임원은 237명. 3분의 1인 10개 기관은 기관장이나 감사가 낙하산 인사였다. 이사까지 포함하면 45명이 낙하산으로 전체 19%를 차지했다. 전체 공공기관 낙하산 비율 17.1%를 웃도는 수치였다.

박대통령은 2015 신년구상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를 추진하여 다른 부문 개혁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영평가 최하위 30곳 보다 정상화가 시급한 곳은 없다. 대통령 스스로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이 정상화는, 전문성 있는 경영진으로 똘똘 뭉쳐도 쉽게 해내기 어려운 과제다.

앞에서 개혁을 외치며, 뒤로는 낙하산 인사를 늘려가는 정부. 2015년 진짜 적폐는 논공행상과 보은 인사다. 

▶ [오디오 취재파일]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요? 천만의 말씀

▶ [취재파일] 왜 이번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생각할까?

▶ [취재파일] 공공기관 낙하산 318명… MB때보다 30% 많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