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4세는 한국과 일본을 어떻게 생각할까


재일동포 3∼4세 학생들의 정체성 고민과 꿈, 일본에 대한 생각 등을 엿볼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일본에서 재일동포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온 한국교육재단(이사장 서동호)은 최근 장학금 수혜자 100여 명의 글을 모아 '재일 장학생은 이렇게 생각한다'란 제목의 문집을 펴냈다.

재단은 지난해 고교생 30명, 대학생 63명, 대학원생 3명, 미국 대학원 유학생 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은 가족, 미래, 한국어, 나의 이름, 일본으로부터 배운다 5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었다.

아이치(愛知)현 가수가이미나미(春日井南)고교 3학년 김유향(金有香) 양은 '나의 이름'이라는 주제의 작문에서 "재일동포는 평소 통명(일본식 이름)을 써왔고 나 역시 내 이름을 일본어로 발음해왔는데 모국 연수 때 처음으로 '유카'가 아닌 '유향'으로 불렸다"면서 "처음에는 낯설고 내 이름을 어떻게 쓰고 읽을지 고민도 했지만 나는 유향이면서 동시에 유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두 가지 이름을 쓰게 되면 내 맘속에 나는 한국인이라는 의식도 생겨날 거 같다"면서 "그때는 '저는 김유향입니다'라고 당당히 밝히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규슈고쿠사이(九州國際)대 1년생인 최칠몽 군은 '일본으로부터 배운다'란 제목 아래 "재일동포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해 일본과 한국 문화의 장점을 잘 배울 수 있었다"며 "재일동포는 양국의 중간자라는 입장을 갖고 두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균형감을 강조했다.

재단은 문집을 발행해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한국어교육원, 기부자 등에게 배포해왔다.

올해부터는 영사관, 한국학교, 동포 언론사, 재일상공회와 한인단체 등으로 배포처를 확대해 재일동포 차세대의 생각을 널리 알리기로 했다.

1963년에 설립된 재단은 장학 사업을 펼치는 것을 비롯해 한국어 능력시험, 한국어 웅변대회, 한국어 교육자 대회 등을 해마다 열고 있다.

지금까지 9천300여 명에게 장학금 16억 엔(약 148억 원)을 지급했다.

장학금은 재일동포 기부자와 재단 수익금 등으로 충당한다.

서동호 이사장은 "장학금을 받는 청년들이 무슨 고민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는지를 기부자와 재일동포 사회 등에 전하고자 2012년부터 문집을 발행하고 있다"면서 "장학생에게는 재일동포로 살아가는 고민과 진로에 대한 생각 등을 정리할 기회를 주려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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