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대학 OT 성희롱 논란…'무례'를 '쿨함'으로 착각한 것

* 대담 :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대표 (성교육 전문가, 세종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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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아이 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읽는 저도 참 민망합니다.

얼마 전 서강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숙소 방문에 써 붙인 문구들입니다. 이뿐만이 아니고 방에 들어올 때는 섹시댄스 추기, 3초 이상 스킨십하기. 이런 조건들도 명시해뒀다는데요. 분명히 상대에게 성희롱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인데, 우리 대학가에는 아직 이런 인식이 부족한 건지, 관련해서 성교육 전문가이신 <행복한 성문화센터> 배정원 대표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대표님께서는 대학에서도 성교육 강의하고 계시죠?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네네. 특강 식으로도 하고 있고요. 또 학기를 맡아서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겸임교수 직도 맡고 계신데, 이번에 서강대 오리엔테이션에서 성희롱 표현이 담긴 문구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저도 어제 봤는데요. 글쎄요, 전체 학생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이죠. 지금 계속 대학가 내에서 어떤 성희롱적인 발언이라든지 혹은 게임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다른 것들도 많더라고요. 보니까 제일 어린 후배가 한 선배 지목한 뒤에 그윽한 눈빛으로 ‘나랑 라면 먹고 갈래? 하기’ 요즘 이런 얘기 많이 하던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오래 전에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에서 나온 대사인데요. 여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성적 프러포즈를 하면서, 예전에는 ‘들어와서 차 마시고 갈래요?’ 혹은 ‘들어올래요?’ 이렇게 물어봤다면 이제는 ‘라면 먹고 갈래?’ 이렇게 물어본다는 거죠. 이런 뜻에서 아이들이 은유적으로 그런 표현을 쓰는 모양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함께 시간을 보내자. 이런 뜻이 담길 수도 있는 거군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시간을 보내자 보다 조금 더 진한 의미가 들어있을 수도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이런 걸 강제로 선배가 후배에게 시켰다는 건데, 신입생들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럽겠죠?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많이 당황스럽죠. 그리고 성에 대한 어떤 가치관이나 성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너무 많이 달라서요. 어떤 친구는 굉장히 개방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하면, 어떤 친구는 아직도 여전히 굉장히 보수적이거든요.

그건 주변 환경이나 부모님의 교육에 굉장히 많이 연관이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냥 불특정 다수들한테 그런 말이나 글이나 요구를 했다는 것은 좀 걱정 되죠.

▷ 한수진/사회자:

좀 혼란스러웠을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막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을 것 같고요. 근데 또 싫다는 내색은 당연히 또 못 했을 것 같고.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못했죠. 보통 보면 신입생들이 되면 좀 얼어있는 상태이고, 그리고 우리 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선후배 간의 관계가 요즘 굉장히 깍듯하더라고요. 그래서 존댓말 쓰고 막 이러기도 하고, 처음에는.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 얼마나 여러 가지가 기대가 되고, 선배한테 잘 보여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거절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는 건 어려웠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당당하게 항변하기도 쉽지 않은 그런 분위기였을 것 같고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흔히 ‘찍힌다’ 이렇게 얘기를 하잖아요. 찍히는 것을 무릅쓰고 그렇게 얘기했을 리도 없고, 대개의 경우 그런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자,라고 얘기했을 수 있죠. 이런 문제는 계속 제기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근데 이걸 정식으로 항변을 했다가, ‘아니 그냥 좀 웃자고 한 건데, 재밌게 즐기려고 한 이벤트인데 뭘 이걸 갖고 심각하게 따지고 드느냐, 정색을 하느냐’ 또 이렇게 나올 수도 있죠.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그런 의견도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정말 걱정이 되는 건, 남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 수 있는 말들을 할 수 있는 분위기인거죠.

어떻게 보면 그런 말을 한 아이들은 자기들이 굉장히 위트 있고,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보는 누군가는 굉장히 불편할 수 있었다는 걸 아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다가 그런 얘기를 단순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인식,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자체도 정말, 진짜 문제인 것 같아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그러니까 남들이 불편해 한다는 걸 모르는 거죠. 자기가 그렇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근데 또 일부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그런 어떤 음담패설을 한다든지 성적인 비유를 직접적으로 한다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자기가 꽤 오픈되어 있고 자기가 굉장히 쿨하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그건 무례한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그래서 이런 어떤 잘못된 인식이 자칫 위험한 행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더 걱정이지 않겠습니까?

오프라인 - SBS 뉴스
성추행 교수 캡쳐_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네. 데이트 강간이나 대학 내에서 성범죄가 요즘 많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상대한테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냥 진전시키는 경우도 있고 폭력하고 같이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시정이 있어야 되겠죠.

요즘은 대학 측에서 양성평등 상담실이 많이 있고 서강대도 굉장히 잘 돼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 측에서 분명히 그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뭐 비단 서강대만일까, 하는 생각도 들죠. 다른 학교도 뭐 대동소이하지 않을까요? 어떨까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네. 별로 다르지 않고요. 요즘 보면 오리엔테이션을 전부 총학생회에서 주관을 하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 거의 터치를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그런 내용에 대한 부분은 좀 책임질 수 있는 분들이 관심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도교수님이나 이런 분들의 지도를 좀 받아야 되지 않을까, 한 번 검열을 받아야 되지 않을까.

사실 아이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에 대한 검열을 받을 필요는 없겠죠. 얘들이 이제 이미 성인이니까. 그렇지만 그 내용이나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숙할 수 있고, 지금 같은 실수가 있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많은 신입생들이 그런 식의 OT, 여러 명을 한 방에 집어넣는다든지.. OT의 목적이 사실은 학교에 대해서 알고 선후배 간에 친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방식이 좀 폭력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폭력이 꼭 때리고 물리적인 게 아니라 이렇게 신경적인, 정서적인 폭력이 있을 수도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좀 고민하셔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리엔테이션, MT에 대해서 그런 제안을 해주셨는데, 사실 이거를 교수님들이 보자고 하면,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간섭이나 검열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자율성을 인정해야 하는 건데요. 그런데 보면, 지나친 행동들을 많이 하고 또 사실 학교에서 보면 아이들 축제할 때도 게임이라든지 이런 걸 보면 굉장히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성적으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는 그런 것들이 많아요. 스킨십을 막 유도를 한다든지 그런 것들도 많다는 거죠. 또 축제 때 학사주점에서 술 마시고 그러잖아요. 그러면 그 메뉴 이름 같은 것도 ‘야, 정말 아슬아슬하다. 심각하게 성희롱 적이다.’ 이런 것들이 꽤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결국 이런 캠퍼스 분위기도 사회적 분위기와 다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그렇죠. 어떻게 보면 성희롱 사건들이 일어나면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엄벌을 하고 경각심을 좀 줘야 되는데요. 우리나라는 ‘성희롱이 났다’ 그러면 이건 굉장히 확 부각이 되죠, 그런데 그 이후에 대처가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사회에서 인사라고 말씀하시는 여러 분들의 성희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해서 대책은 그냥 뉴스에 보도되는 정도였거든요.

성희롱하면 어떤 불이익이 온다라는 걸 사회적으로 공유가 되어야 사라지지 않을까 싶고, 물론 교육도 굉장히 중요하겠죠. 성적인 감수성, 남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것. 존중하는 것. 이런 것에 대한 교육도 진행되어야 할 거고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외교부 직원이 지금 출장 중에 또 성희롱 문제가 불거져서 말이죠.

또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때까지도 계속 제대로 처벌이 안됐다고 하네요?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성희롱이나 성교육은 단발성으로 한 번 특강해서 될 일이 아니에요. 사실은 거기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를 하면서 의식이 변화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시간이나 이렇게 잠깐 앉혀놓는다고 변하지 않죠.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야 하는 게 낫겠지만 좀 더 효과적으로 해야 될 거고, 그리고 성희롱을 한 분들에 대해서 좀 엄벌해야 되지 않나.이런 생각을, 아쉬움을 좀 갖고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경각심을 좀 높일 필요가 있다하는 그런 말씀이시군요. 꾸준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네네.

▷ 한수진/사회자:

어른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배정원 대표/행복한 성문화센터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행복한 성문화 센터> 배정원 대표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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