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올해도 시작된 '언발에 오줌누기'…해마다 '봉합'만 되는 복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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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이 갈등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무상급식에 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시리즈로 시끌시끌했는데 또 다른 게 나왔다. 무상급식이 처음 이슈가 될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같다. 무상보육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여기에 선거까지 합세하면서 전국을 강타하는 핫이슈가 됐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1년에 본격화된 것 같다. 다음해인 2012년엔 총선, 그리고 대선이 있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불을 당겼다.

● 2012년

무상보육(*무상급식은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준다니까 틀린 말이 아니나, 무상보육은 단지 어린이집 보육료만 무상인데 왜 무상보육일까. 그외 보육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많은데. 대체어가 마땅찮아 쓰기는 한다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정도가 적합한 말 아닐까.)을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는데 대상이 문제였다.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전 계층에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안이 통과됐다.

그때부터 재원이 문제였다.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국비는 증액 편성됐으나 영유아 보육사업은 국비와 지방비가 함께 들어가는 매칭 사업이라 갈등이 빚어졌다. 대략 70%수준으로 준비했는데 대상이 100%로 확대되면서 지자체에선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2년 3월부터 시작해 예산이 고갈되기 시작한 7월부터는 중앙 대 지방의 갈등은 본격화됐다. 예산이 바닥난 서울 서초구는 7월 최초로 무상보육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갈등 속에 복지부는 2012년 9월 0-2세 무상보육은 폐지하고 소득 하위 70%에 대해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보육료를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 부담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그렇게 2012년은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대선후보들은 모두 0-5세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 2013년

대통령 공약대로 2013년 3월부터 0-5세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됐다. 단숨에 예산은 폭증했다. 그해 예산은 전년 말에 짜놓는데 대상연령도, 범위도 대폭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1조 4천억 원이나 되는 돈이 더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13년 4월 전국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각 지방의회 의장들이 모여 국고지원을 더해달라며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2013년 7월부터는 역시 국비-지방비 매칭사업인 기초연금이 도입됐다. 지자체 부담이 더 커졌다. 2013년의 갈등은, 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일부 보조하고 지자체에서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국고보조율이 낮아 부담이 더 컸던 서울시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선(빚을 낸 것이다)에서 봉합됐다.

● 2014년

2014년은 0-5세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등이 연초부터 시행되는 첫해였다. 무상보육 사업에서의 국고보조율이 상향 조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 여전히 감당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지자체 입장이었다. 그래도 2014년엔 지방선거도 있고 해서 전년에 비하면 비교적 조용히 간다 싶었는데 이번엔 '누리과정' 문제가 불거졌다.

누리과정은 3-5세 아동이 공통적으로 받는 보육-교육 과정이다. 2012년엔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시작했고 2013년부터 3-5세로 확대됐다. 여기 소요되는 재정이 문제였다. 2013년엔 광역단체가 3-4세 소득하위 70% 예산을, 교육청은 3-4세 소득 상위 30%와 5세 예산을 맡았고 2014년엔 광역단체가 3세 소득 하위 70%, 교육청은 3세 소득 상위 30%와 4-5세 전체 예산을 맡았는데 2015년부터는 3-5세 전체 예산을 교육청이 부담하게 된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교육청 관할인 유치원 예산은 교육청이 맡겠지만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 예산은 정부가 책임지라는 입장이다.(누리과정은 보육-교육 공통과정이라 3-5세면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같은 과정이다.)

2014년 시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추가 예산 편성을 안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국회는 2014년 말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 1조 7천억 원 중에 5천억 원은 정부 예비비로 지급하고 나머지 1조 2천억 원은 지방채를 발행해(빚을 얻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렇게 갈등은 다시 봉합됐다.

● 2015년

광주에서부터 시작됐다. 국회가 약속한 지방채 발행과 예비비 집행이 3월 현재까지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방채를 발행하기 위한 요건에 누리과정 예산 부족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으면서 2월 국회에서 불발했다. 정부 예비비를 집행해야 할 정부는 지방채 발행이 불발됐는데 예비비를 먼저 지급할 순 없다는 입장이었다.

광주교육청은 올해 누리과정 예산 중에 어린이집 부분은 단 2개월치만 편성했다. 서울과 인천, 강원, 전북, 제주는 3개월치를 편성했다. 어린이집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인데 결국은 정부 지원금과 지방채를 발행한 돈으로 나머지를 채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록 국회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니, 광주는 이달부터, 서울 등 5곳은 다음달부터 펑크나게 생긴 것이다.

이런 문제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여야는 4월 국회에서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정부도 예비비를 배분하기로 했다. 문제는 다시 일단 봉합됐다.

● 2016년

뭐가 더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방채 발행은 임시방편인 만큼 2016년 예산은 어떻게 해결할지 아무도 책임있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걸 미봉책 혹은 사자성어로 동족방뇨(凍足放尿),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부른다. 잠깐이야 따뜻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닌 것이다.

● 언제까지 봉합만 할 것인가.

2012년 이후 매년 복지를 둘러싼 재정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엔 좀 이르다. 보통은 예산이 소진되는 8월, 9월에 본격화됐는데 올해는 편성 자체를 적게 해놓기는 했지만 3월부터였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누리과정,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본질은 비슷하다. 복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홍준표 경남지사는 경남도에서 지급한 무상급식 예산에 대한 감사를 교육청이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시도로 확산될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이미 올해 예산 편성은 작년에 끝났으니.) 올해 무상급식 시행학교는 처음으로 줄었다. 올해도 하반기로 가게 되면 다시 복지 예산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될 것이다. 내년엔 총선이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으리라. 증세 없는 복지, 혹은 복지 구조구정, 무상복지, 유상복지,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 많이 들어본 말들이 난무하는 한해가 될 듯하다. 이번엔 봉합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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