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정세현 "사드 배치, 중국 이어 러시아도 반대할 것"

*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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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여당 지도부 내에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드, 미국이 만든 고고도 방어체계죠. 중장거리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한 방어시스템입니다.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데요. 한반도의 사드 배치,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핵심인 ‘X 밴더’ 레이더 감시망이라는 게 북한을 넘어서 중국까지 자세히 탐지되기 때문인데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지난 주 셔먼 차관 과거사 발언 논란 때 인터뷰하면서 이 사드 문제도 잠깐 여쭸었는데, 며칠 새 여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사드 도입 공론화에 나서면서 분위기 만들고 있네요. 이 배경은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우선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계기로 해서 일종의 반북 정서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반북 정서를 일으켰다고 봐야죠. 그러니까 김기종 씨가 종북주의자다, 이렇게 몰아가면서 반북 정서가 일어나는 걸 계기로 해서 사드를 들여와 가지고 북한을 확실하게 제압하자, 이런 발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또 당내의 일종의 안보 문제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도 좀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이른바 비박계에서 사드 도입을 주장을 하는데 반해서 친박계에서는 반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계파별로 입장이 다르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예.

▷ 한수진/사회자:

윤상현 의원이나 이정현 의원은 사드 도입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거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입장인데, 아무래도 친박계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 한수진/사회자:

대통령의 의중은 아무래도 친박계 쪽, 사드 도입에 제동을 건 쪽에 실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이시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여당 지도부가 이렇게 도입 공론화에 나선 것은 어느 정도 안보 정국을 조성하려는 게 아니냐, 이런 말씀이시네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4월 29일 보선과도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사드 배치하면 우리 미사일 방어능력 강화되는 건 맞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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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캡쳐_640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하하. 아까 조금 전에 사회자께서 말씀하셨지만, 사드를 운영하는 필수 장치인 레이더 장비, X밴더라는 것은 탐지거리가 2천km나 됩니다. 2천km면 서울에서 베이징까지가 951km예요. 중국 전역이 들어간다고 봐야 됩니다. 몽골, 그 다음에 극동 러시아까지도 사드의 일부분인 X밴더의 탐지 거리가 되니까 지금은 소련이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만, 장차 러시아에서도 이걸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멀어봐야 한 500-600km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너무 과한 거죠, 어떻게 보면. 실질적으로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을 감시하고, 때로는 중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중국이 저렇게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레이더 탐지거리를 좀 조정하는 건, 안 되는 건가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게 시속 100-2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고속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는 나라가 있지 않습니까? 독일 같은 데는 아우토반에서 한 200km, 250km로 달릴 수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막 달리게 하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거기서 한 50km로 달려보세요? 비현실적이고. 그 다음에 우리한테는 북한을 방어할 수 있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이른바 ‘KAMD’, 한국형 미사일이면 충분합니다. 600-700km 정도 감지하고 있다가 거기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여기서 대응하면 되는 건데, 이건 2천km나 되기 때문에 북한을 방어하는 데는 낭비죠, 낭비.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낭비다?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얼마나 비싼데요, 이게.

▷ 한수진/사회자:

근데 사드에 해당하는 고도가 한 40~150km 정도 되는데.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예, 150km 고공 내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는 얘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 방어시스템이 필요한 건 사실 아닌가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런데 북한에서 여기 쏠 때는, 이렇게 지상에서 150km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도가 그만큼 높으면 포물선 길이가 길어지지 않습니까? 포물선 길이가 길어진다는 이야기는 착탄 거리도 멀어진다는 얘기 아니에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날아오는 건 150km 상공까지 갈 필요가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지난 번 인터뷰 때 ‘우리가 사드 배치하면 중국이 경제 보복할 수도 있다’ 이런 얘기도 하셨잖아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건 당연히 하죠. 이미 우리 경제인들이 사드 배치 반대하고 나섰다면서요.

▷ 한수진/사회자:

경제인들이 벌써 그랬나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럼요, 그 사람들 계산이 빠르죠. 왜냐하면 우리가 중국 때문에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작년에 우리 무역 흑자가 474억 달러입니다. 중국으로부터 걷은 흑자가 550억 달러예요. 미국에서 150억 달러 흑자 내고 일본에 250억 달러 적자 내고, 결국 일본 적자 메꿔 주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경제인들은 그 계산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괜히 북한을 핑계대고 배치하는 사드 때문에 남북관계 나빠지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한중관계 나빠지면 우리 경제는 망한다, 하는 생각을 경제인들이 빨리 하는 거죠. 정치인들이 그 계산을 못하기 때문에 지금 저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사실 비슷한 보도가 있었거든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얘기라는데 “사드 거부하면 경제적 인센티브 줄 것이다” 이런 보도가 있었어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워싱턴의 군사전문, 무슨 인터넷 매체라고 그러죠?

▷ 한수진/사회자:

예.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나는 그건,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그런 식의 “경제적으로 이득을 줄 수 있다”이런 정도의 얘기를 했으리라고 보진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신빙성이 떨어진다?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중국 사람들의 화법이 그렇지 않고, 굉장히 비유적으로 얘기를 하거나 또는 그냥 무게를 실어서 “아주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정도로 얘기를 했으리라고 저는 봐요. 일종의 국제정치나 외교에서는 ‘모략’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국내 정치에서도 ‘마타도어’라는 거 있잖아요.

나는 그 군사 전문 인터넷 매체라는 데, 일종의 마타도어로 그렇게 기사를 내고, 그것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뭐야? 중국이 그런 식으로 우리를 가지고 놀았어? 그럼 안 되겠구만. 미국 편에 사드 배치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하는 그런 정서 내지 여론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기 위한 계산된 기사라고 저는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그런데 경제보복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말씀이시죠? 어쨌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있죠. 98년입니다. 98년에 있었던 일인데, 그때 우리가 전년도 고추농사가 잘못돼서 중국으로부터 고추를 도입해가지고 김장철에 수요를 대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국내 고추농가들 반대하고 나서니까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고추 수입을 중지한다’는 발표를 했어요. 왜냐하면 농민들이 또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이 되고 지지를 철회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바로 중국에서 ‘좋다. 그러면 한국산 핸드폰 수입 금지’ 여기에 바로 우리가 손들었습니다. 이게 지금 간단한 얘기가 아니에요. 중국은 능히 그런 짓을 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중관계가 경색되면 또 남북관계도 풀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그런 분석도 있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더 어려워지죠. 어려워지죠.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그런 측면도 있겠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럼요. 지금 사드를 북한 핑계대고 배치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미국이나 우리 국내에 일부 반북정서 강한 분들은. 그렇게 북한 핑계대고 하는 거지만, 한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북한 핑계대고 사드를 배치해서 중국을 위협한다, 또는 극동러시아를 위협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 중국, 러시아가 한 편이 돼버리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통준위 부위원장이 흡수통일 가능성 열어두는 발언을 했던데, 어떻게 들으셨어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당연히 참... 앞으로 남북관계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네요. 그게 어떻게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얘기인지 아니면 원고에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저도 아침에 그냥 제목만 봤습니다. 실수로 나온 얘기인지 아니면 작심을 하고 한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됐건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게 흡수통일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 경제가 남쪽 경제에 비해서 여러 가지로 빠지기 때문에 경제를 앞세운 일종의 흡수통일이 일어나지 않느냐는.

▷ 한수진/사회자:

불안감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불안감은 80년대 말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장관님, 오늘은 시간상 여기까지 좀 말씀을 들어야겠습니다. 어쨌든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런 말씀이시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예.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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